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캐릭터와 꼭 맞았다. 신세경이 아닌 ‘런 온’의 오미주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어느 때보다도 캐릭터에 스며든 그의 모습에 작품을 사랑하는 마음이 비쳤다.
JTBC ‘런 온’ 종영을 맞이한 신세경은 4일 서울경제스타와 서면 인터뷰로 만났다. ‘런 온’은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단거리 육상 국가대표 기선겸(임시완)과 같은 장면을 수없이 돌려봐야 하는 외화 번역가 여자 오미주(신세경)의 사랑과 성장 이야기를 담은 작품. 지난 8월부터 촬영을 시작하며 6개월간 동고동락한 순간들이 그에게는 즐겁게만 느껴졌다. 작품을 함께 만드는 모든 이들이 ‘런 온’을 진심으로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덕분이다.
“땅에 발붙이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고, 또 한 편으로는 현실적인 연애의 단계 단계를 잘 표현해서 그 설렘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싶었어요. 부대끼며 살아가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시청하시는 모든 분들이 작은 위로가 느낄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막연한 바람도 가지고 있었죠.”
신세경이 생각한 ‘런 온’은 예측 불가능한 이벤트가 늘 가득했다. 모든 캐릭터들은 항상 뻔하지 않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말했다. 오미주의 불우한 성장 배경 또한 많이 봐온 드라마 속 설정이지만 그가 살아가는 방식은 다르게 느껴졌다. 신세경은 ‘오미주는 솔직하고 부끄러울 것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각인하며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연기했다.
“오미주가 살아온 환경에 대해 매이(이봉련) 언니와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들이 종종 등장해요. 그때도 내가 고생하며 힘들게 자랐다는 걸 알아달라는 의도는 0.1g도 담지 않았어요. 오미주는 동정받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니까요.”
6개월간 오미주가 돼 살아온 신세경이 꼽은 오미주의 매력 포인트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다는 점과 자신의 일을 무척 사랑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오미주가 추구하는 사랑의 방식이 제일 마음에 든다.
“내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포인트가 하나 있는데, 바로 오미주가 사과를 잘한다는 점이에요. 오미주는 방금 뱉은 모난 말에 대해서도 바로 사과할 줄 아는 멋쟁이죠. 물론 배배 꼬아 말할 때도 종종 있지만 대부분의 상황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요. 서로를 잘 지켜가면서 사랑해야 한다는 가치관은 정말 건강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런 온’은 저조한 시청률 속에서도 맛깔나는 대사와 남녀 간의 설렘이 그대로 느껴지는 장면으로 호평받았다. 신세경 또한 한 장면만 꼽기 힘들 정도로 명장면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중에서도 첫 방송 전 편집실에서 봤던 2회 포장마차 신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술 취한 기선겸을 혼자 두고 사라졌던 오미주가 다시 나타나는 장면에서, 직접 촬영을 했던 자신도 너무 설레서 비명을 지를 뻔했다.
“화면상으로는 마치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아주 여유 있고 몽글몽글해 보이지만 막상 촬영 때에는 느닷없이 내리는 비를 피하며 급히 찍느라 정신이 없었거든요. 대사량도 꽤 많고, 몹시 중요한 신이라 걱정 반 기대 반으로 편집된 내용을 봤는데 썸 타는 남녀의 설렘이 그대로 담겨있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행복했어요. 그 신을 처음 봤을 때의 두근거림은 잊히지 않아요.”
이토록 작품과 캐릭터에 몰입한 신세경은 ‘런 온’ 이재훈 감독에게 “오미주는 신세경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많은 시청자들도 높은 싱크로율에 감탄했다. 정작 신세경이 생각하는 실제 자신과 오미주의 싱크로율은 수치로 따지기 어렵다.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점은 오미주와 다른 것 같아요. 나는 적어도 세 번은 고민하거든요. 오미주와 닮은 점도 있어요. 오미주가 자주 쓰는 말 중에 ‘맞네’가 있는데, 실제로 나도 비슷한 말을 자주 써서 참 신기했어요. 맥락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을 순 있지만 나는 ‘그럴 수 있지’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는 편이에요.”
시청자들에게는 ‘런 온’의 신세경보다 오미주라는 사람이 기억됐으면 한다. 오미주가 이 세상 어딘가에서 기선겸과 투닥거리며 살아가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신세경 또한 어딘가에 있을 오미주를 추억하며 여운 남는 한마디를 남겼다.
“시즌2 기다릴게. 보일 때까지 끝까지.”
/추승현 기자 chus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