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희 WTO 사무총장 후보 사퇴...'우방' 美도 용퇴 수용

선호도 조사 직후 사퇴 결정했지만 트럼프 정부 만류
'다자주의 표명' 바이든 정부, 입장 선회한듯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후보직을 사퇴한다.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크게 밀려 현실적으로 역전이 어려움에도 결과에 승복하지 않으면 외교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유 본부장을 강력하게 지지해온 미국이 최근 유 본부장의 용퇴 의사를 수용한 점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은 5일 WTO 차기 사무총장 후보직을 사퇴하고 이를 WTO에 통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 본부장은 지난해 10월 WTO 사무총장 최종 선호도 조사에서 경쟁자인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에게 크게 밀린 것으로 나타났지만 사퇴를 유보해왔다. 관례상 결선에서 뒤진 후보는 중도 포기를 택해왔으며 다수의 지지를 받는 후보자가 만장일치의 형태로 사무총장에 추대돼왔다.


유 본부장이 거취를 정리하기로 최종 결정한 것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최근 유 본부장의 사퇴 의사를 수용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선호도 조사 결과가 나온 직후 유 본부장은 사퇴 의사를 굳혔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강력한 지지 표명에 따라 결정을 미뤄왔다.


트럼프 정부는 최종 선호도 조사 과정에 불만을 가져왔고, 응콘조이웨알라 후보가 신임 사무총장으로 선출될 경우 유럽연합(EU)과 중국의 WTO 내 영향력이 커질 수 있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WTO를 비롯한 다자무역체제의 복원을 내건 바이든 신임 정부가 들어서면서 선출 절차를 더는 지연해서는 안 된다는 우리 측 입장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바이든 정부 내에서 WTO 사무총장 후보자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다소 걸렸다”며 “지난 4일께 유 본부장의 사퇴 결정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우리 측에 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 본부장의 사퇴로 차기 WTO 사무총장에는 오콘조이웨알라가 추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유 본부장은 이번 WTO 후보 사퇴와 별개로 통상교섭본부장 직을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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