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동안 각 방송에서 ‘파일럿’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프로그램은 셀 수도 없을 정도다. 반응이 좋으면 일정 기간이 지나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하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아쉬움 속에 퇴장하는 게 대부분이다. 특히 연휴는 프로그램 실험의 장이다. 중추 예능프로그램 중 명절 특집으로 방송됐다가 정규 편성된 게 적지 않다. 이번 설 연휴에도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이 기다리고 있다.
SBS에서는 두 편의 파일럿 프로그램이 출격한다. ‘골(Goal) 때리는 그녀들’은 여성들이 미니축구 풋살 팀을 이뤄 골과 함께 상품도 획득하고 우승에 도전하는 국내 첫 여성 축구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이다. 현역 모델, 국가대표 혹은 국가대표 가족을 둔 여성, 개그우먼, ‘불타는청춘’ 출연진 등 총 네 개 팀이 도전한다. 황선홍, 김병지, 최진철, 이천수가 각 팀의 감독으로 나서고, MC 이수근과 배성재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는다. 11·12일 방송.
13·14일 방영하는 ‘가이드는 외국인-서울편’은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잘 아는 외국인들이 관광 가이드로 변신해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서울의 다양한 장소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외국인 가이드로는 다니엘 린데만, 줄리안 퀸타르트, 알베르토 몬디, 마크 테토가 나선다. 이들을 따라나설 관광객으로는 노사연, 노사봉, 강남, 이상화, 모태범, 아유미가 나온다. 다니엘과 줄리안은 문래동·이태원 등 요즘 힙한 곳을 소개하며 알베르토와 마크는 북촌, 을지로의 명물을 찾아간다. 예능 프로그램 중 처음으로 8K 고화질로 방송한다.
MBC에서 오는 9일 방송하는 ‘사진정리서비스 폰클렌징’은 휴대전화 속에 정리되지 않은 채 쌓여 있는 사진 수 만 장을 의뢰인 대신 정리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연예인들이 정리를 의뢰한 휴대전화 속 사진과 그 속의 추억을 정리하는 건 물론 여기에 얽힌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버라이어티 토크쇼를 표방한다.
MC를 맡은 윤종신, 유인나, 딘딘이 사진을 정리해 주는 스타트업 직원으로 설정해 눈길을 끈다. 윤종신이 토크를 이끌어가면 유인나는 의뢰인의 고민을 따뜻하고 부드럽게 들어주며 해결해주고, 딘딘은 사진첩을 분석해 의뢰인 각각의 특징을 파악하는 ‘인간 AI’의 면모를 보인다. 특히 윤종신은 최근 1년여간 해외에 머물며 ‘이방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찍은 사진첩을 고스란히 공개한다.
11·12일 방영하는 KBS ‘류수영의 동물티비’는 말 못하는 동물을 대신해 이야기를 듣고 전달하는 프로그램이다. 배우 류수영이 데뷔 후 처음으로 단독 MC에 도전하며 동물의 말을 전하는 ‘애니멀 리스너’가 되어 찾아온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동물들의 이야기가 아닌 전혀 새로운 동물의 이야기부터 외면하고 싶었던 불편한 진실까지 폭넓게 다루면서 슬픔과 기쁨, 아픔과 행복 등 다양한 감정을 나눈다.
제작진은 류수영이 생사의 갈림길에 선 동물들의 이야기를 보고 진심으로 가슴 아파한 류수영은 직접 그들을 찾아 나설 정도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실제로 다양한 동물을 많이 키워본 류수영은 동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물론 사회적인 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며 프로그램을 잘 이끌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특집 공연 프로그램들도 다채롭게 준비됐다. KBS ‘조선팝어게인’은 국악을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접목시킨 新 음악 장르 ‘조선팝’을 내세워 국악과 크로스오버, 트롯, 힙합 등 다양한 장르의 협업을 선보인다. 이날치, 악단광칠, 김영임, 송가인, 포레스텔라, 송소희,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신유, 박서진, 나태주, 조유아, 서진실, 한해, BAE173, 줄광대 남창동 등이 출연한다. SBS ‘전설의 무대 레전드12’는 현재 방영 중인 ‘전설의 무대-아카이브K’에 출연한 성시경, 박미경, 데이브레이크, 양희은, 김필, 김현철 등 아티스트 12팀이 선보이는 스페셜 콘서트다. MBC ‘트로트의민족 갈라쇼’는 최근 방영된 서바이벌 오디션 ‘트로트의 민족’ 참가자와 지역 단장, 부단장이 다시 뭉쳐 공연을 펼친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