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방 사장님의 한숨 …"호루라기라도 목에 걸어야 하나"

경기 불황·금값 강세 겹쳐 귀금속 소비 꺾여
'금테크'에 늘어난 골드바 수요는 거래소로
귀금속점 "코로나19 이후 매출 반토막 났다"
잇따르는 '금은방 털이'에 불안감까지 가중

서울 종로구 귀금속 거리가 지난 5일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김태영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여파로 경기 불황의 그늘이 짙어지며 귀금속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결혼·돌잔치 등 연기에 따른 수요 감소에다 사치재의 특성상 경제위기 때 찾는 이들이 전반적으로 줄었다. 금으로 하는 재테크, 이른바 ‘금테크’가 각광받으며 골드바 수요가 늘고 있다지만 이마저도 대형 금 거래소 등으로 몰리면서 영세 귀금속 매장은 한산한 모습이다. 귀금속점 대상 절도 범죄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귀금속점은 매출 감소와 범죄 위험이라는 이중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 종로구 귀금속 거리가 지난 5일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김태영기자

도·소매 귀금속 상점 2,000여 개가 몰려 있는 서울 종로 귀금속 거리는 지난 5일 오후 눈에 띄게 한산한 모습이었다. 상점 15~20개가 입점한 귀금속 매장에 있는 손님은 각 매장별로 평균 1팀 정도에 불과했다. 이곳에서 장사를 40년 간 했다는 장 모(73)씨는 “귀금속은 사치품인데 이렇게 경기가 안 좋으니 누가 사겠느냐”며 “금값이 떨어졌다지만 여전히 비싼 수준이라 사람들이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근 귀금속점 직원 최 모(48)씨도 “단품보다는 예물이 수입에 보탬이 되는데 예물을 간소하게 맞추는 문화가 정착된 데다가 코로나19 때문에 결혼도 안 하니 타격이 크다”며 “코로나19 전보다 매출이 절반은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귀금속 시장의 불황은 서울 내 다른 지역 매장들도 마찬가지다. 서울 동작구에서 귀금속점을 운영하는 김 모(65)씨는 “5년 전만 해도 크리스마스면 커플링이 열 쌍씩은 나갔지만 작년에는 한 쌍도 못 팔았다”며 “지난해 4월에 가게를 내놨는데 지금까지 가게를 보러 온 사람도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관악구에서 수십 년째 귀금속점을 하고 있는 홍 모(72)씨는 “장사를 그만 두려 하지만 물건들을 종로 도매에 가서 팔면 보석 빼고 금값밖에 못 받아 처분도 쉽지 않다”며 “가게도 안 나가니까 붙잡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금거래소 직원이 지난해 8월 5일 골드바를 진열하고 있다. 이날 국제 금값은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2,000달러(종가 기준)를 돌파했다./연합뉴스

지난 1년간 3.75g 기준 금값 추세. /한국금거래소 홈페이지 캡처

코로나19의 여파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재테크 수단으로 골드바를 찾는 이들이 늘었지만 골드바 구매는 일반 귀금속 상점보다는 규모가 큰 금 거래소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다. 한국표준금거래소와 국제표준금거래소 관계자들은 “골드바 구매량이 1년 전부터 증가 추세인데 최근 금값이 떨어지며 더 늘고 있다”고 밝힌 반면 귀금속 상점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체감하기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금 가격은 한국금거래소 집계기준 지난해 8월7일 3.75g(한 돈)당 약 31만 5,000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지난 6일 27만 8,000원으로 떨어졌다. 김씨는 “작년 여름에는 귀금속을 파는 분들이라도 많았는데 최근에는 팔러 오는 분들도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절도 범죄까지 기승을 부리며 귀금속 상점들의 불안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언론에 보도된 사건만 약 10건에 달한다. 관악구에서 귀금속점을 운영하는 이 모(60)씨는 “학생들 여러 명이 금은방을 터는 일들이 자주 보도되다 보니 학생들이 셋씩만 와도 가슴이 두근거린다”며 “호루라기를 메고 일해야 하나 하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차민규 한국귀금속중앙회 전무이사는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과 공조해 장물 품목과 인상착의 등을 공유하고 전국의 귀금속점들에 공지한다”며 “최근에는 CCTV가 잘 돼 있어 90% 이상은 잡히니 무모하게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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