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사건 덮어준 대가로 피의자에게 돈 빌린 경찰관 2심서 집유

돈 송금받고 혐의없음으로 내사 종결 처리

광주고법 전경. /광주고법 홈페이지 캡처

절도 사건을 덮어주고 피의자에게 돈을 빌린 경찰관이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7일 광주고법 형사1부(김태호 황의동 김진환 고법 판사)는 수뢰후부정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찰관 A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벌금 5만원과 추징금 3만4,931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6월 형량은 동일하지만 벌금 30만원, 추징금 19만4,917원을 선고한 바 있다.


검찰은 애초 빌린 돈 500만원의 이자를 A씨가 부담하던 이자율(연 27.9%)을 적용해 뇌물 액수를 계산했으나 민법이 정한 법정이율(연 5%)로 공소장을 변경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경찰공무원이 담당 사건 피의자에게 수차례 요구해 500만원을 무이자로 빌리고 사건을 부정하게 처리해 죄질이 상당히 나쁘다”며 “다만 뇌물로 얻은 금융 이익이 소액이고 부정처사의 내용도 중하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목포경찰서에서 근무하며 지난 2018년 절도 사건 피의자인 B씨에게 500만원을 빌린 뒤 정당한 이유 없이 사건을 내사 종결 처리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2018년 1월 신안에서 차량 내 지갑 절도 사건이 발생하자 CCTV 등을 확인해 B씨를 피의자로 특정하고 조사했다. B씨는 “장난치려고 가져간 것”이라고 주장했고 A씨는 “합의서를 받아오면 종결해 주겠다. 사정이 있으니 500만원만 빌려달라”고 요구했다.


이후 2018년 2월 B씨에게 돈을 송금받았고 혐의없음을 이유로 내사 종결 처리한 뒤 같은 해 4월 B씨에게 원금을 갚았다.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한 경우 경찰 내사 처리규칙에 따라 입건 후 송치 의견을 정해 검찰에 관련 기록을 보내야 하지만 A씨는 B씨를 입건 전 단계인 내사 단계로 되돌렸다. 또 B씨와 피해자가 친척이라는 허위 사실을 기재하고 절도의 고의가 없었다는 수사보고서를 작성했다.


A씨는 “오인 신고여서 내사 종결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업무 처리 미숙이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강지수 인턴기자 jisuk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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