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에 채권이 효자…韓銀 당기순익 10조 넘나

채권 수익 ↑ 통안채 발행비용 ↓
세전 당기순익 11월까지 9.5조
세후 순익 70% 정부 세입 포함
추가 잉여금 추경재원으로 쓸듯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제금리가 하락해 이에 따른 채권 매매 수익이 증가하며 한국은행의 당기순이익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의 이익은 법인세와 법정적립금 30%를 제외하고 정부 세입에 포함된다.


7일 한은의 월별 대차대조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30일 기준 세전 당기순이익은 9조 5,559억 원으로 지난해 1월 30일 -844억 원에서 큰 폭으로 흑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한은 자산은 543조 5,795억 원으로 10.6% 늘었고 부채는 519조 2,182억 원으로 9.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자산 대부분은 외화증권 및 예치금이 차지하고 부채는 주로 통화안정증권 발행 비용이다. 세전 당기순이익은 지난 2016년 4조 4,436억 원, 2017년 5조 3,081억 원, 2018년 4조 2,952억 원을 기록하다가 2019년 7조 3,562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바 있다.


이처럼 한은의 당기순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서 자산이 부채보다 더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한은은 무자본 특수법인이기 때문에 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하고 남은 자본을 순이익으로 판단한다. 지난해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국고채를 단순 매입하고 금융중개지원대출을 시행하면서 늘어난 자산이 시중 유동성 관리를 위해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하면서 생긴 부채보다 더 커졌기 때문이다. 또 국제금리 하락에 따라 채권 가격이 오르며 외화증권 매매 수익이 발생했고 기준 금리 인하로 통화안정증권 발행 비용도 축소됐다.





설 연휴를 일주일 앞둔 지난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은행 강남본부에서 현금 운송 관계자들이 시중은행에 공급될 설 자금 방출 작업을 하고 있다. 2021.02.04 사진공동취재단


다만 월 단위로 공개하는 공고용 대차대조표상 당기순이익은 자산과 부채의 단순 차액이고 정확한 당기순이익은 외화 자산 운영 수익이나 통화안정증권 운영 비용, 환율 영향 등을 반영해 이달 말 공개된다. 하지만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가파르게 증가한 추세를 감안하면 세전 당기순이익이 10조 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10조 원을 넘기지 못 하더라도 역대 최고 수준이었던 2019년 세전 당기순이익(7조 3,471억 원)은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은 관계자는 “환율 등 여러 변수가 남아 있기 때문에 결산 과정에서 당기순이익이 예상보다 크게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은이 낸 당기순이익은 대부분 정부 곳간으로 들어간다. 한은은 2016년 이후 법인세 1조 클럽에 가입한 상태다. 2019년에는 법인세 2조 441억 원을 납부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다음으로 많은 법인세를 내기도 했다. 법인세를 내고 남은 세후 당기순이익 가운데 30%는 한은법에 따라 법정적립금으로 쌓아둔다. 법정적립금은 한은이 손실을 낼 경우 이를 보전하기 위해 적립하는 것으로 한은법에 30%로 비율이 고정돼 있다. 이후 농어촌 지원 등 특정 목적에 쓰이는 임의적립금을 1~2%가량 내고 남은 재원은 정부 세입(歲入)으로 납부한다.


정부는 한은이 결산 전에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세입 규모를 예측해 본예산을 짠다. 정부가 예상한 세입 규모보다 많은 잉여금이 발생할 경우 이를 추가경정예산안 재원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은 잉여금은 2018년 6,000억 원, 2019년 3,300억 원, 2020년 7,000억 원 등 매년 추경 편성 때마다 재원으로 활용됐다.


더불어민주당의 포스트 코로나 불평등해소 태스크포스(TF)가 상생협력연대기금에 한은의 법정적립금 비율을 30%에서 20%로 낮추고 그 차액을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법정적립금은 한은의 손실 가능성을 대비해 쌓아두는 재원이기 때문에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는 만큼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또 해당 비율을 바꾸려면 한은법 개정도 필요하다. 한은 관계자는 “법정적립금 비율을 바꾸기 위해 한은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