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방 최저임금을 시간당 7.25달러에서 15달러(약 1만 6,800원)로 올리기 위한 단독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1조 9,000억 달러 규모의 부양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어떻게든 최저임금 인상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6일(현지 시간) 미 경제 방송 CNBC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다음 날 공개될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누구도 주 40시간을 일하고도 곤궁하게 살아가서는 안 된다”며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단독(stand-alone) 법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발표한 경기 부양책에 최저임금을 단계적으로 시간당 15달러까지 인상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는데, 이와 별도로 최저임금 인상 법안을 도입하겠다는 의미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일에도 트위터를 통해 “최저임금을 인상할 때가 한참 지났다”며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한 바 있다.
이번 발언은 부양안에서 최저임금 관련 내용이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나왔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도 인터뷰에서 “(최저임금 인상안을) 내가 포함했지만 (최종안까지) 살아남지 않을 공산이 크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민주당의 예산 조정 권한 대상에 최저임금 정책이 포함되는지 여부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이 있다. 민주당이 다수당으로 있는 상원은 과반의 찬성으로 부양안을 처리할 수 있는 예산 조정 권한을 담은 결의안을 5일 통과시키며 부양안 단독 처리의 길을 열었다.
하지만 이 권한은 예산과 재정에 직접 연계되는 정책에만 행사할 수 있다. 즉 개별 사업체에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할 뿐 연방 정부 예산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최저임금 정책에는 예산 조정 권한을 발동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소득층 가구의 소득이 늘면 연방 정부의 복지 관련 지출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이 재정 정책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미국의 진보적 싱크탱크 중 하나인 경제정책연구소는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인상하면 공공 지출을 연간 최대 310억 달러 줄일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예산 조정 권한이 발동되더라도 민주당 소속의 조 맨친 상원의원이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고 있어 한 표 차이로 간신히 다수당을 유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쉽게 인상안 통과를 강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부양안을 통해서든, 단독 법안을 통해서든 인상안이 통과되면 미국은 2009년 7월 이후 처음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하게 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2025년까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단계적으로 최저임금을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입장이다. 주별로 다른 최저임금을 책정하고 있는 미국에서 연방 최저임금이 인상될 경우 최저임금이 없거나 주의 최저임금이 현재 연방 최저임금보다 낮은 7개 주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정책연구소에 따르면 7개 주에는 앨라배마와 조지아·루이지애나·미시시피·사우스캐롤라이나·테네시·와이오밍이 포함된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