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대만 TSMC가 이르면 이달 내 일본에 투자할 계획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재편되는 가운데 미국·일본과의 거리를 좁히는 동시에, 따라붙고 있는 한국과 중국의 경쟁사들을 떨쳐내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TSMC는 일본 이바라키의 계획 도시인 쓰쿠바시에 200억엔(약 2,123억원)을 투자해 반도체 개발을 위한 법인과 생산 설비를 새로 설립한다. 조만간 열리는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만 남겨두고 있는 이번 투자 계획이 집행된다면, TSMC가 일본에 투자하는 최초의 사례기도 하다. TSMC 관계자는 "코멘트 할 수 없지만 결정되는 대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번 발표를 앞두고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을 맞이해 자국 기업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이바라키시에 반도체 패키징(후공정) 작업에 관한 R&D 시설을 만들 예정이다. 생산라인의 신설도 검토되고 있다. 후공정 작업은 최근 스마트폰을 비롯한 IT기기의 크기가 작아지고 공정이 계속 미세화 하면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분야다. 지금까지 반도체 기술 혁신은 웨이퍼를 가공하는 전공정에서 이뤄져왔다. 공정을 미세화 해 회로 선폭을 줄일수록, 같은 면적의 웨이퍼에서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수가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도체의 집적도가 10나노미터(nm)대로 떨어지면서 공정의 미세화 작업은 한계에 부딪힌 상태다. 삼성전자(005930)와 TSMC는 5나노, 3나노 등 미세 공정을 누가 더 빠르게 개발하고 양산에 성공할지 두고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TSMC가 일본에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장비 제조 업체, 소재업체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 일본 쓰쿠바시를 낙점 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또한 TSMC 본사가 있는 대만에서도 양국 기업의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무대를 일본으로 바꿔 긴밀한 파트너십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한편, TSMC는 지난해 5월 미국 애리조나주에 2024년까지 5나노(nm) 첨단공정을 포함한 공장을 설립할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