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또 한번 대형 사고(?)를 쳤습니다. 사고라고 한 것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인데요.
테슬라는 8일(현지 시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한 보고서에서 투자 다각화와 현금수익을 위해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사들였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가까운 미래에 비트코인을 받고 자동차를 판매할 계획이라고도 했는데요.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폭등했습니다. 전날 개당 3만8,000~9,000달러를 오가던 게 4만4,000달러를 돌파했는데요. 머스크의 행동에 대한 시장의 반응과 분석, 이와 별도로 채권금리 급등으로 불안한 상황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앞서 언급드렸듯 테슬라의 움직임은 단순히 비트코인 투자를 넘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입니다. 1차적으로는 비트코인 가격과 신뢰도에 영향을 주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지불수단, 즉 통화로서의 비트코인에 대한 논쟁을 더 키울 수 있습니다. 미 경제 방송 CNBC는 “(비트코인을 받기로 한 것은) 자동차 업체 가운데서는 처음인 것 같다”고 했습니다.
월가에서는 일단 비트코인과 테슬라 주가에 모두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날 테슬라 주가는 1.3% 올랐습니다. 마이클 노보그라츠 갤럭시 디지털 CEO는 “테슬라의 비트코인 투자는 정말 엄청난 일(really big deal)”이라고 했는데요.
증권사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매니징 디렉터도 “시장의 전망은 엇갈리지만 명확히 테슬라 주가에는 긍정적이라고 보인다”며 “테슬라의 움직임은 비트코인의 신뢰도를 높였다. 테슬라를 따라 일반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사들이는 파급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점쳤습니다. 테슬라도 사는 만큼 투자할 만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죠.
다만 댄 아이브스의 말처럼 테슬라의 움직임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머스크는 안 그래도 돌발행동이 많았지요. 게임스톱 사태 때도 ‘gamestonk(gamestock의 오기)’이라는 글을 올려 개미들을 지지했는데요. 이번에는 테슬라라는 시장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주식에 투기성이 많다는 비트코인을 얹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테슬라 주식을 사면 이 두 가지를 한 번에 투자하는 꼴이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테슬라의 비트코인 투자는 상징적인 의미 그 이상을 갖고 있다”면서도 “테슬라가 밝혔듯이 비트코인은 가격 변동성이 크며 앞날이 불확실하다. 이는 테슬라의 주가에 투기 열풍을 더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때문에 월가에서도 머스크의 행동을 이해 못하겠다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얘기도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머스크가 과도하게 시장에 돌을 던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달에는 트위터 계정의 자기소개란을 ‘#비트코인(#bitcoin)’으로 바꿔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매입신호를 줬다는 해석이 나왔었는데요. 결과적으로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사들이긴 했지만 이런 식이라면 그의 트윗 한 마디에 시장에 과도한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절대로 바람직한 일이 아닙니다.
어쨌든 그가 시장에 메가톤급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만큼 자유롭고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가 없는 것도 사실이구요.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 고문은 “이번 조치로 테슬라 주식과 비트코인의 상승 모멘텀은 계속될 것”이라며 “테슬라는 비트코인을 지불수단이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반응은 모든 곳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했습니다. 테슬라의 정책을 뒤따라 할 수 있는 기업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죠.
실제 RBC는 이날 애플이 테슬라에 이어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업체가 될 수 있다고 밝혔는데요. 미치 스티브스 RBC 캐피털 마켓 애널리스트는 “만약 애플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든다면 연간 400억달러 규모의 잠재적 수익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 애플이 비트코인을 사면 비트코인 값은 아마도 위로 올라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즉 애플이 비트코인을 매입하는 것만으로도 가격이 올라 애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죠. CNBC는 이와 관련해 “아직 애플은 암호화폐 매입의사를 밝힌 적이 없고 대규모 현금을 보유하는데 치중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해에는 피델리티와 스퀘어, 페이팔 등 기업이 디지털 통화 사용에 우호적인 입장을 내놓기도 했었습니다.
테슬라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 이날, 다우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게임스톱 사태에 오락가락했지만 다시 방향을 잡고 오르기 시작하는 것인데요.
이 과정에서 채권금리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1차적으로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데요. 전날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추가 부양책이 통과되면 내년이라도 완전고용을 할 수 있다며 경기회복이 빨라질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내년에 완전고용이 이뤄진다는 말은 뒤집어 보면 내년에 금리인상과 긴축이 이뤄질 수 있다는 말이 되기도 합니다. 물론 금리와 양적완화(QE)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담당하고 여러 요건을 따져야 하지만 완전고용이라는 말 자체가 긴축의 시작이라는 의미가 될 수 있습니다.
이날 3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한때 연 2%를 넘었습니다. 10년물 국채도 1.2% 가까이 치솟았는데요.
이는 ‘3분 월스트리트’에서 전해드린 것처럼 돈의 흐름을 주식에서 채권시장으로 바꿀 수 있어 중요합니다.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2%를 찍으면서 언제 채권이 주식시장에 타격을 주느냐가 관심”이라면서도 “하지만 언제 투자자들의 방침이 바뀔지는 분명하지 않으며 계속되는 금리 상승은 추가 손실의 위험이 있다”고 했습니다.
당분간은 국채금리가 더 올라도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말인데요. 배런스는 10년 만기 국채금리기준으로 1.75%까지는 괜찮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분석은 더 낙관적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채권금리 상승이 황소장을 위협하지 않는다”며 “역사적으로 낮은 금리 수준을 감안할 때 한동안 ‘티핑 포인트’를 밑돌 것”이라고 예상했는데요. 티핑 포인트는 상황이 한쪽으로 급격히 쏠리는 지점을 말하는 것으로 급변점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특히 골드만삭스는 10년 만기 국채기준으로 수익률이 3.5% 이상으로 올라야 증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한동안 증시 상승세가 이어진다는 뜻입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