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9일부터 분양가상한제 지역에서 입주자모집공고를 받고 분양되는 아파트에 최대 5년의 실거주 의무기간을 부여하는 ‘전월세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전세난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보통 신축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하면 전세 물량이 대거 풀려 인근 지역의 전세가가 안정되지만 전월세금지법이 본격화되면 전세 매물 잠김현상이 심화하는 만큼 전세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아울러 입주 때 전세를 놓고 잔금을 충당하는 것이 불가능해 져 현금부자들만 좋은 일 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오는 19일부터 입주자모집공고를 하는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 아파트에 실거주 의무기간이 생긴다. 입주 시점에 세를 놓지 못하고 집주인이 들어와 의무적으로 일정 기간 동안 거주해야 하는 것이다. 원래 공공택지에 들어서는 공공분양 아파트에만 적용되던 실거주 의무기간이 공공택지 민간분양은 물론이고 민간택지 공급 아파트에까지 확대됐다.
실거주 의무기간은 최대 5년이다. 최초 입주 가능일부터 계산된다. 세부적으로 보면 공공택지이면서 분양가격이 인근 지역 시세의 80% 미만인 경우 5년을 실거주해야 하며, 분양가가 시세의 80%이상 100% 미만이라면 3년이 적용된다. 민간택지의 의무 거주 기간은 상대적으로 짧다. 시세 대비 분양가가 80% 미만 수준으로 책정되면 3년, 80% 이상 100% 미만이면 2년의 의무 기간이 부여된다.
만약 해당 기간 동안에 실거주를 하지 않고 속일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다만 해외 체류 등의 이유로 실거주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전매를 허용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우선 매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의무 거주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매입금액은 입주금고 이자(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의 평균 이자율)를 합친 수준에서 책정된다.
‘로또 청약’이 투기판으로 변질되는 현상을 예방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이지만, 일각에서는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로또 청약이 자금 동원력이 있는 ‘현금 부자’들의 전유물이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자금이 부족한 경우 입주 시점에 전세를 받아 이 전세 보증금으로 남은 잔금을 치르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앞으로는 입주 시점에 세입자를 받지 못하는 만큼 서민의 내 집 마련 문턱이 그만큼 높아지게 됐다.
전월세금지법이 최근 심화한 전세난을 더 부채질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보통 신축 단지의 입주 시점이 오면 시장에 전월세 매물이 대거 유입되면서 인근 지역의 전세 시장이 안정된다. 하지만 실거주 의무 기간이 적용되면 자연스럽게 전월세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실거주 의무 기간을 두면서 실수요자에게 분양을 한다는 긍정적 측면도 물론 있지만, 한편으로는 임대주택의 공급이 줄어들면서 신축 단지 입주 지역의 전세가 안정 효과를 볼 수 없게 됐다는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전월세금지법 시행이 최근 발표된 2·4 공급 대책과 맞물려 전세 시장이 더 불안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대책으로 공급도는 주택의 상당수가 정비사업으로 만들어지는데, 이렇게 되면 이주수요가 늘어나 전세 수요가 많아진다. 또 청약제도 개편으로 청약 대기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전세시장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3월 이후 계절적 성수기까지 다시 시작되면 전세가는 더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양지윤 기자 y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