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론직설] “원전은 안전…지금이라도 탈원전 포기하고 신한울 공사 재개해야”

[성풍현 국제원자력학회연합회 의장·KAIST 명예교수]
방사능 대량유출 확률 100만년에 한번...국내 사망 40년간 '0'
경기도 크기 땅에 풍력발전기 1만개 지어야 신재생 목표 달성
2050년 탄소중립은 불가능...원전으로도 1,000조원 들어
신한울 건설로 北에 전기 수출 구상, 탈원전 포기 명분될수도

“원자력발전은 안전합니다. 원전을 가동한 지 40년이 넘었지만 사망 사고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독일 등 일부 나라를 제외하면 대부분 원전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탈원전 정책을 포기하고 원전을 키워야 합니다.”


성풍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명예교수는 올해 초 국제원자력학회연합회 의장으로 선출됐다. 이 단체에는 전 세계 38개국의 원자력학회가 참여한다. 원자력 분야에서 명망이 가장 높은 단체의 대표자가 된 그의 취임 일성은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철회하라”는 것이었다. 10일 대전 KAIST 연구실에서 성 교수를 만나 탈원전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대해 들었다.



성풍현 KAIST 명예교수가 10일 진행된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는 지금이라도 탈원전 정책을 포기하고 탈원전 정책으로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전=오승현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민들의 의견이 엇갈린 사안이 참 많았다. 그중에서도 탈원전 이슈는 국론 분열 수준이었다. 원자력 전문가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원전은 핵융합 에너지 같은 새로운 에너지가 나올 때까지 계속 지어야 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그동안 많은 에너지 전문가가 국가에너지기본계획과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세울 때 심도 있게 검토해 원전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문재인 정부 이후 만들어진 3차 국가에너지계획에서는 원전의 역할이 확 줄었다.





△5년에 한 번씩 나오는 국가에너지계획은 국가적으로 20년간 사용할 에너지의 기본 틀을 세우는 작업이다. 지난 2008년의 1차 국가에너지계획에서 원전 비중은 41%였고 2014년의 2차 계획에서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고려해 29%로 정했다. 상위 계획인 국가에너지계획에 맞춰 2년마다 나오는 전력수급계획도 전(前) 정부 때 만들어진 7차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3차 국가에너지계획과 8·9차 전력수급계획은 탈원전이라는 정부 정책을 반영하기 위해 무리하게 수립됐다.


-3차 국가에너지계획과 8·9차 전력수급계획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전력을 많이 쓰면 탈원전하기가 어렵다. 그러다 보니 전력 수요를 과거 계획보다 현저히 적게 예측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2017년 여름 이후 여러 차례 일부 기업에 전력 사용 감축을 의미하는 급전 지시를 한 적도 있다. 전력이 부족해지면 안정적 발전 수단인 원전을 줄이면 안 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에너지계획을 만드는 과정에 원자력 전문가가 빠지고 환경 단체 출신 등 비전문가들이 참여한 점도 이해하기 힘들다.


-3차 국가에너지계획에는 2040년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량 비중이 30~35%로 잡혀 있다. 가능한 목표인가.


△불가능하다. 가능한지 여부를 따져보지 않고 전시용으로 만든 느낌이 든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기가 어려운가.


△돈도 많이 들고 땅도 많이 필요하다. 태양광을 개발하려면 부지 면적이 커야 하므로 산림이 심각하게 훼손된다. 원전의 수명은 최소 40년에서 최대 80년까지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의 수명은 기껏 20년이다. 20년이 지나면 다 쓰레기가 되고 재처리도 불가능하다. 신재생에너지는 친환경이 아니다. 풍력은 땅이 더 많이 있어야 한다. 9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신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은 2020년 20.1GW에서 2034년 77.8GW로 증가한다. 풍력발전기의 용량은 대개 5㎿다. 풍력발전기로 50GW를 늘리려면 1만 개를 세워야 한다. 풍력발전기 하나를 지으려면 대략 사방 1㎞의 공간이 있어야 한다. 1만 개가 들어서려면 경기도 크기의 땅이 필요하다.


-원전에 대한 국민의 가장 큰 관심은 안전일 것이다. 국내 원전의 대형 사고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거의 없다. 원자력 안전과 관련해 노심손상빈도(CDF)와 방사성물질 조기대량방출빈도(LERF)라는 개념이 있다. CDF는 핵분열 후 방사성물질을 많이 포함한 원전 노심이 손상될 빈도수를 나타내고 LERF는 방사성물질이 노심 손상을 넘어 격납 용기 밖까지 대량으로 나올 빈도수를 가리킨다. 우리나라 3세대 원전인 APR1400의 경우 CDF는 10만 년에 한 번 이하, LERF는 100만 년에 한 번 이하다. 포브스지에 1테라킬로와트시(TKWh)의 전기를 만드는 데 희생된 세계 사망자 수를 조사한 분석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1TKWh는 우리나라가 1년에 쓰는 전력량의 약 2배다. 석탄은 10만 명, 가스는 4,000명, 태양광은 480명, 원전은 90명이다. 미국만 놓고 보면 원전 사망자 수는 0.1명이다. 미국식인 우리 원전은 1978년 고리 1호기 이후 40년이 넘도록 단 한 명의 사망 사고도 낸 적이 없다.


-문 대통령은 2017년 6월 원전이 안전하지 않다며 탈핵을 선언했다.


△원전에 대한 잘못된 정보에서 비롯됐다. 문 대통령은 탈핵 선언에서 원전이 안전성·경제성·환경성에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모두 사실과 정반대다. 사고가 날 확률이 매우 낮고 나더라도 피해가 격납 용기 밖으로 확산하지 않는다. 경제성은 모든 발전 방식 중 가장 우수하다. 환경 면에서도 원전은 이산화탄소는커녕 미세 먼지도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사용 후 핵연료가 발생하지만 그 양이 아주 적으며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많은 나라가 원전을 중단했다가 재가동하고 건설도 많이 하고 있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전체 54기의 원전을 즉각 가동 중지했으나 이후 가스 수입 등으로 큰 무역 적자를 내자 엄격한 안전 점검을 거쳐 속속 재가동하고 있다. 미국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16기의 원전을 조기 폐쇄하려 했으나 모든 계획을 백지화했다. 중국은 가동 중인 원전이 48기이고 15기가 건설 중이며 41기 건설이 계획돼 있다. 중국은 2030년까지 원전 생산 설비를 150GW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원전 1기의 용량이 보통 1GW니까 150기를 가동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독일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가동 중이던 17기의 원전 가운데 11기를 폐쇄했다. 남은 6기도 올해 3기, 2022년 3기를 폐쇄할 예정이다.


-독일의 전력 사정은 어떤가.


△독일은 원전을 폐쇄하는 대신 신재생에너지에 많이 투자했다. 신재생에너지의 약점은 간헐성이다. 태양이나 바람에 한계가 있어 하루 3~4시간밖에 가동하지 못하므로 필요한 전력량의 6배 정도를 지어야 한다. 전력이 부족해지면 안 되니까 기존 화력발전 시설도 계속 유지해야 한다. 반대로 햇빛이 좋을 때는 전기가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이 생산된다. 독일 내에서는 다 쓰지 못해 남는 전기를 다른 나라에 보낸다. 다른 나라는 자국의 전력망이 무너지니 싫어한다. 그래서 독일은 다른 나라에 돈을 줘가며 전기를 보낸다. 전 세계가 독일의 에너지 정책은 실패했다고 얘기하는데 우리만 유독 “독일도 탈원전을 한다”며 밀어붙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 탈원전을 하면서 탄소 중립을 할 수 있나.


△탄소 중립을 하려면 기존의 내연기관차는 다 없애고 전기차만 타야 한다. 모든 것을 전기로 바꾸려면 350GW의 전력 시설이 추가로 필요하다. 원전 1기의 건설 비용이 3조 원이니까 1,000조 원(1GW 원전 350기)이 넘는다. 원전으로 해결하는 데도 이렇게 많이 든다. 신재생에너지로는 아예 불가능하다.


-최근 월성 원전 1호기 인근 지하수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됐다고 해서 논란이 벌어졌는데.


△월성 원전에는 삼중수소와 같은 사용 후 방사성물질을 저장하는 저장조가 있고 그 아래 물을 모아두는 집수정이 있다. 저장조에서 나온 방사성물질이 집수정으로 흘러들어가는데 이 오염수는 외부에 배출할 때 저농도로 충분히 희석된다. 월성 주변 주민의 피폭량을 조사한 결과 연간 최대 0.6 마이크로시버트(μSv)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1년간 바나나 6개 정도를 먹을 때 나오는 미미한 분량이다. 전혀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


-감사원 감사 결과 월성 원전 1호기의 경제성이 조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월성 원전의 경제성이 나쁜 것으로 조작해 가동하지 못하게 한 것이 감사원 감사 결과 밝혀졌다. 안전성은 원자력안전기술원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주기적으로 꼼꼼하게 점검한다. 월성 원전은 안전 점검을 문제없이 통과했다. 경제성과 안전성에 이상이 없으니 계속 가동하는 게 맞다. 데이터 조작으로 원전을 멈춰 세워 국가에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힌 사람들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1년여 남았다. 지금 정부에 국가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 조언한다면.


△지금이라도 탈원전 정책을 취소하고 그동안의 탈원전 정책으로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아야 한다. 우선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을 재개하고 탈원전을 억지로 끼워 넣어 만든 3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과 8~9차 전력기본계획을 수정해야 한다.


-탈원전 정책을 워낙 심하게 밀어붙여 취소하고 싶어도 어려울 것 같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만든 ‘북한 원전 건설 추진’ 문건을 보면 함경남도 신포에 원전을 짓는 1안, 비무장지대에 건설하는 2안, 신한울 3·4호기 공사를 재개해 여기서 나오는 전기를 북한에 보내주는 3안 등 세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1안과 2안은 불가능하다. 3안은 추진해볼 만한 아이디어다. 전기는 그냥 주는 게 아니라 몇 년 상환식으로 돈을 받고 수출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정부는 탈원전을 수정할 명분이 생겨 좋고 기업과 학교 등 원전 생태계도 살아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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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MIT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 AT&T벨연구소 연구원,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 원자력진흥위원회 위원 등을 거쳤다. 미국원자력학회에서 주는 원자력계측제어 분야 ‘돈 밀러 상’을 수상했다. 현재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명예교수로 있으며 세계원자력학회연합회 의장, 에너지정책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교협)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한기석 논설위원 hank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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