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접종 허용 AZ백신 '신중 사용' 주의사항 논란

고령층 효능자료 불충분…유럽선 고령층 접종 제한
식약처 검증단 "접종" 다수였지만 전문가는 의견 갈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10일 아스트라제네카(AZ)사의 코로나19 백신 사용을 공식 허가해 국내에서도 이 백신을 접종할 수 있게 됐다. /연합뉴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10일 아스트라제네카(AZ)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사용을 공식 허가하면서 국내에서도 이 백신을 접종할 수 있게 됐다. 이번 허가는 한국아스트라제네카가 지난달 4일 식약처에 품목 허가를 신청한 지 37일 만에 이뤄진 것이다. 이에 따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국내에서 사용 허가를 받은 제1호 코로나19 백신이 됐다.


앞으로 질병관리청 예방접종전문위원회가 접종 대상 명단과 일정을 확정하면 본격적으로 접종이 시작된다. 질병청은 우선 26일 접종 시작을 목표로 하고, 19일까지 접종대상 명단을 확정한다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오는 24일부터 75만명분(150만도스)이 순차적으로 공급된다. 이 물량은 모두 위탁 생산을 맡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북 안동 공장에서 출하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냉장(2∼8도) 보관·유통이 가능해 별도의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 아스트라제네카 제품의 접종 대상은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에 거주하는 고령층이 될 것으로 보인다. 1분기 접종대상은 코로나19 현장 의료진과 요양병원·시설 고령층이지만 질병청이 의료진에게는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질병청은 '코로나19 예방접종 시행계획'에서 1분기에 요양병원 및 요양시설 입소자 등 약 77만6,900명에 대한 접종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요양병원 등 의료기관에서는 자체적으로 접종을 실시하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있는 요양시설 등에는 의료진이 방문하여 접종을 진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고령층 접종을 두고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식약처가 이날 모든 18세 이상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쓸 수 있게 허가하면서도 사용상 주의사항에 '65세 이상의 고령자에 대한 사용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기재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안전성과 면역반응 측면에서는 문제가 없으나, 고령자에 대한 예방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임상 참여자가 660명에 불과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식약처는 이번에 백신을 허가하면서도 추가 임상시험 결과를 제출하라는 조건을 덧붙였다.


국내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린다. 식약처는 이번 허가에 앞서 검증 자문단과 중앙약사심의위를 열고 전문가 의견을 모았는데 두 차례 회의에서 각각 다른 결론이 나왔다.


1단계 검증 자문단 회의에서는 만 65세 이상 고령자에게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할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반면 2단계 중앙약사심의위에서는 자료가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판단을 유보하고 질병관리청의 예방접종전문위에서 접종 여부를 다시 논의하라고 권고했다. 예방접종전문위원회 개최일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유럽의 경우 지난달 29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조건부 판매를 공식 승인했으나 독일, 프랑스 등은 고령층에 대한 백신 효능 증명 자료가 충분치 않다며 만 65세 미만에 대해서만 접종을 권고했다. 벨기에는 접종 대상자의 연령을 55세 미만으로 더 낮춰 잡았다.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스위스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승인을 아예 보류하고 추가 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한 상태다.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역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사용을 보류한 상태다.


한편 아스트라제네카는 현재 65세 이상이 다수 참여하는 3만명 규모의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결과는 다음 달 말께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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