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관 봉착 原電수사…한 달 내 반전 모색 가능하나

법원 백운규 전 장관 구속영장 기각
檢 재청구보다 보강 수사 쪽 ‘관측’
앞서 ‘산업부 3인방’ 재판일정 연기
내달 9일 재판에 추가 수사 속도전
채희봉사장 등 이달 중순 소환 예상

감사원이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 타당성' 감사 결과를 발표한 지난해 10월 20일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 앞에서 한 시민이 가동이 정지된 월성 1호기(오른쪽)를 바라보고 있다. /경주=연합뉴스

법원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겨냥한 검찰 수사 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더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백 전 장관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실패하면서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과정에 청와대 등 윗선 입김이 작용했는지를 파헤친다’는 수사 계획에는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설 연휴 기간 중 숨 고르기를 거쳐 증거 보강, 진술 확보 등 추가 수사에 나서는 등 ‘정공법’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오세용 대전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9일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피의자의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이 이뤄졌다고 보기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범죄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특히 백 전 장관에게 적용된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엄격한 해석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미 주요 참고인이 구속된 상태인데다 관계자들의 진술이 확보된 상태여서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부족하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백운규

법조계 안팎에서는 법원이 기각 사유를 이례적으로 길게 명시한 만큼 검찰이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백 전 장관이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는데다, 앞서 재판에 넘겨진 이른바 ‘산업부 3인방’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고 알려진 점도 검찰이 구속영장 카드를 다시 꺼내기 힘든 부분으로 꼽힌다.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면서 수사 기간이 길어질 경우 정부·여권에서 ‘정치·과잉 수사’라는 비판이 거세게 몰아칠 수 있다는 부분도 부담요인이다.


검찰 사정에 밝은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의 기각 사유를 보면 혐의를 제대로 소명하지 못했다고 조목조목 명시하고 있다”며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기보다는 추가 수사를 통해 혐의를 입증한 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길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다만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 등에는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무리하게 구속 수사에 나서기 보다는 백 전 장관 등 관련자 혐의 입증에 주력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백 전 장관은 ‘월성 원전 1호기의 경제성이 낮다’는 취지의 평가 보고서가 만들어질 당시 주무 부처 장관이었다. 때문에 청와대 등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는지를 입증할 핵심 인물로 꼽혔다. 하지만 청와대 등 윗선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할 ‘연결고리’ 확보에 실패했다. 그만큼 추가 진술 확보를 위한 소환 조사 등에 속도를 내면서 윗선 수사를 위한 ‘혐의 소명’에 주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거론되는 건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의 소환. 검찰은 이르면 설 연휴 뒤 곧바로 채 사장을 불러 조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이 공용전자 기록 등 손상, 감사원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국장 등 산업부 공무원들의 재판을 앞서 연기했기 때문이다. 애초 이들의 공판 준비기일은 이달 26일이었다. 하지만 대전지검이 사건수사팀장인 이상현 형사5부장 명의로 지난 8일 기일 변경 신청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면서 재판은 내달 9일로 연기됐다. 백 전 장관 등 사건 핵심 인물들에 대해 남은 조사를 충분히 한 후 재판을 진행할 수 있게 해달라는 취지에서다.






/안현덕 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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