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e커머스 플랫폼인 쿠팡이 마침내 미국 진출의 꿈을 실현한다. 쿠팡은 12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상장 신고서를 제출하며 뉴욕증시 상장을 공식화했다. 국내외 증권가 추정 기업 가치는 32조 원 규모. 상장에 성공하면 국내는 물론 아시아를 넘어 세계 유통 강자 자리를 노릴 만한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서게 된다. 통상 기업공개(IPO) 절차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쿠팡의 뉴욕증시 데뷔는 한 달 뒤인 3월이 유력해 보인다.
쿠팡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위한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당초 쿠팡은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NYSE에 상장하게 된 것이다.
쿠팡 측은 이날 클래스A 보통주 상장을 위해 S-1 양식에 따라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주식 수량과 공모가격 범위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뉴욕증시에 종목 코드 'CPNG'로 상장할 계획이다.
IPO 절차에 따르면 쿠팡은 조만간 투자자들을 위한 로드쇼를 진행하고 공모가 윤곽이 정해진 뒤 NYSE에 주식 거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절차에 걸리는 기간을 고려하면 돌발 변수가 없을 경우 쿠팡의 뉴욕증시 데뷔는 한 달 뒤인 3월이 유력하다.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설은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19년 10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로도 거론됐던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회사 이사로 영입한 것을 비롯해 최근 몇 년간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최고회계책임자(CAO) 등 임원진에 외국인을 기용할 때마다 미 증시 상장 준비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쿠팡은 2010년 소셜커머스로 출발한 이후 직매입과 자체 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을 선보이며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왔다. 이날 공시된 쿠팡의 S-1 등록 서류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해 총 매출은 119억 7,000만 달러(약 13조 2,508억 원)으로 전년 대비 90.8% 증가했다. 순손실은 4억 7,490만 달러(약 5,257억 원)으로 전년 6억 9,880만 달러에서 크게 줄었다. 영업손실도 5억 2,773만 달러(약 5,842억원)로 축소됐다. 올해는 흑자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가파른 실적 개선세를 보이자 시장에서 평가하는 쿠팡의 몸 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쿠팡의 기업가치는 300억 달러(약 32조 6,700억 원) 이상으로 평가된다.
쿠팡이 미국 증시 상장을 선택한 이유로는 투자 확대를 위한 실탄 마련이 한 요인으로 꼽힌다. 쿠팡은 비대면 쇼핑 트렌드에 따라 덩치를 키워왔지만 여전히 큰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비전펀드 등에서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했지만, 최근의 쿠팡 금고는 서서히 비어가고 있다. 2019년 말 기준 쿠팡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8,067억 원 정도다.
여기에 배달 서비스인 쿠팡이츠와 택배 사업자 면허 재발급, OTT서비스 쿠팡 플레이 등에 추가로 돈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최근 배달업계의 경쟁이 불붙으면서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등은 기존 업체들은 지난해에 1,200억~2,000억 원의 마케팅 비용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쿠팡의 든든한 배경이던 비전펀드는 2019회계연도(2019년4월1일~2020년3월31일)에 1조 9,000억 엔(약 21조 6,300억원)의 손실을 내 쿠팡이 추가 투자 유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 받아 실탄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증시를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는 아직 비슷한 업종의 상장사가 없기 때문에 공모가를 보수적으로 산정해야 하지만 e커머스 등 신사업이 발전한 미국에서는 보다 높은 가치로 주식 시장에 입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쿠팡 실적 추이(단위:억원)
구분 | 2017년 | 2018년 | 2019년 | 2020년 |
매출 | 26,846 | 44,228 | 71,531 | 132,508 |
영업손실 | 6,389 | 10,970 | 7,205 | 5,842 |
또 일각에서는 이번 상장이 쿠팡의 모회사 쿠팡LCC의 대주주인 손정희 소프트뱅크그룹 비전펀드 회장의 쿠팡 ‘출구전략’이라는 관측도 있다. 지난해 3분기 엑시트 방침을 발표한 비전펀드는 쿠팡에 27억 달러를 투자해 쿠팡 지분 37%를 보유하고 있다.
한편 이번 쿠팡의 상장으로 국내 e커머스 업체들의 IPO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IPO를 계획하고 있는 업체는 11번가, 위메프, 쿠팡, SSG닷컴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쿠팡의 상장은 국내 기업의 해외 증시 상장과 국내 e커머스 기업의 밸류에이션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돼 모두가 주시하고 있다"며 "해외 시장 경험 부족과 누적 적자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제기되지만 예상 몸 값만 30조 원 이상으로 전망되는 만큼 상장 이후의 행보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박민주 기자 parkm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