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국내 대형 벤처캐피탈(VC) 한국투자파트너스는 국내 스타트업 하이퍼커넥트의 구주(주식) 40억원을 매입했다. 하이퍼커넥트의 당시 기업가치는 2,000억원 수준. 2021년 하이퍼넥트는 기업가치 2조원 수준에서 글로벌 데이팅앱 ‘틴더’에 매각됐다. 한국투자파트너스의 40억원 규모 하이퍼커넥트 주식 가치는 400억원으로 불어났다. 3년 남짓 360억원 가까이 차익이 난 건데 수익률만 900%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VC들의 실적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하이퍼커넥트 사례처럼 국내 스타트업들의 기업가치가 인수합병(M&A)이나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최근 높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비대면 스타트업 성장세가 더 빨라지면서 주요 VC들의 실적은 올해도 고공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대부분 VC들의 실적은 사상 최대치를 보였다. 금융지주 계열 대형 VC들도 창사 이래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한국투자파트너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연결기준 427억원을 기록했다. KB인베스트먼트와 미래에셋벤처투자(100790)도 각각 150억원, 345억원 순이익을 올렸다. 모두 사상 최대치다.
독립계 VC도 마찬가지다. DSC인베스트먼트(241520) 역시 지난해 384억원 영업수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131%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263%, 285% 늘어난 286억원, 234억원을 보였다.
국내 주요 VC들이 잇따라 사상 최대 실적을 보인 것은 스타트업들의 기업가치 상승과 증시 호황 덕분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VC들의 주요 투자 영역인 비대면 IT 스타트업 성장세가 빨랐고 지난해 말부터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높은 가격으로 투자 회수를 할 수 있었다.
정부의 벤처 육성과 온라인 중심의 산업 구조 개편으로 벤처 투자 금액도 사상 최대치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투자액은 4조3,045억원으로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 투자 회수 역시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투자파트너스의 지난해 회수 금액은 전년 대비 40% 증가한 4,450억원을 보였다.
올해도 비슷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 배달의민족과 최근 하이퍼커넥트의 ‘조단위’ 매각과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 등 5년 전만 해도 막 성장을 시작하던 스타트업들이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기업가치 2조원에 육박하는 야놀자와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에 근접한 리디북스 등이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VC 업계 관계자는 “불과 5~10년 전만 해도 과연 시장에서 우려가 많았던 스타트업들이 실제 성과를 이뤄내며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들 스타트업이 이제 ‘기성기업’이 되면서 해당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데 VC들 역시 더 활발한 투자로 벤처 생태계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박호현 기자 greenl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