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도서지역의 A초등학교는 건립된 지 110여년에 이르는 유서 깊은 학교다. 건물 노후화가 심각해 일부 개축을 하기도 했지만 현대적인 교육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A초교의 사례는 전국에 만연한 학교 노후화의 고질적 딜레마를 보여준다. 역대 정부들이 교육 관련 예산을 지속적으로 확충해왔지만 해가 갈수록 심화하는 학교 노후화를 해소하는 데에는 역부족이었다. 근래에는 학교들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가속화된 원격수업 등 디지털융합시대에 맞는 교육환경을 갖춰야 하는 과제도 떠안게 돼 교사(校舍) 인프라 확충을 위한 재정소요 부담은 한층 더 늘어난 상태다.
교육당국이 이 같은 문제를 전면적으로 풀기 위한 정책에 가속을 붙이고 있다. 일명 ‘그린스마트미래학교’사업이다. 준공된 지 40년 이상 지나 매우 낡은 학교들을 첨단 교육인프라를 구비한 학교로 탈바꿈시키는 프로젝트다. 지열, 태양열 등을 활용해 친환경적으로 에너지를 자급자족하고, 모든 교실에 무선인터넷망, 태블릿PC 등 최신 정보통신기기들이 갖춰져 쌍방향 원격수업을 구현할 수 있게 된다. 내부 공간은 학교별 학사운영 특성에 맞춰 탄력적으로 조정이 가능하도록 설계되며 지역민들도 이용할 수 이는 복합공간화가 이뤄진다.
교육부는 총 18조5,000억원을 투입해 2025년까지 1,400개 학교의 건물 2,835개동을 그린스마트미래학교로 새단장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40년 이상 노후화된 학교건물 중 교육용으로 직접 활용되는 약 6000여 동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히 건물 안전등급이 낮은 학교나 교육부 지정 선도학교, 연구학교 등에 이번 프로젝트가 우선 적용된다.
고교학점제, 2022 미래형교육과정 개정, 미래형 교과서 도입 등 정부 교육정책과의 연계성도 사업 대상 학교 선정시 주요 요소로 고려된다. 고교학점제가 적용되면 교과목별로 수강신청 학생들의 인원수와 수업 상황 등이 달라 그에 맞춰 유동적으로 학교 내부 공간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린스마트미래학교의 탄력적 설계 이념을 적용하는 데 적합하다. 또한 미래형 교과서는 전자책(e-book)과 온오프라인 연계교육기법 등을 기반으로 활용돼야 하므로 첨단 정보통신인프라를 갖추는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교육부가 관련 사업계획을 최근 공개한 가운데 각 시도교육청도 프로젝트 추진을 본격화하고 있다. 대전교육청은 최근 이번 사업을 위한 사전기획예산을 처음 반영했고, 전북교육청은 그린미래스마트학교 정책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소속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관련 정책동아리 운영을 촉진하고 나섰다. 경북교육청 등도 이번 사업 적용을 위한 학교 선별 작업을 본격화했다.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업이 성공하려면 병행돼야 할 과제들도 있다. 교육시설과 콘텐츠가 첨단화되는 것에 발맞춰 혁신교수법을 개발하고 교원들이 이를 체득해 학생들에게 효과적으로 학습내용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 개축 및 증축 기간중 재학생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하고, 공사업체 및 장비 선정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이 담보돼야 한다. 지역민들이 학교내 복합시설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학생 및 교원들의 안전을 침해하거나, 학사운영에 차질을 주어선 안된다는 점도 고려돼야 할 사항이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교원들이 혁신교육기법을 숙달할 수 있도록 관련 연수를 활성화하고, 혁신교수법 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공사 업체 선정 등의 과정에서 불법이나 부정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살펴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증개축 공사기간 중 열악한 컨테이너식 시설이 아닌 쾌적하고 안전한 설비를 갖춘 임시건물에서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모듈식 교사(校舍)를 제공할 예정이다.
/민병권 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