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배구 OK금융그룹 소속 송명근·심경섭 선수도 학교폭력 논란에 휩싸였다.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 핑크 스파이더의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 선수 학교폭력 논란이 채 사그라들기 전에 스포츠계에 또다시 학교폭력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OK금융그룹 배구단 측은 공식 입장을 내고 두 선수의 학교폭력 사실을 인정하며 사과했지만 피해를 주장한 네티즌은 “사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제대로 된 사과를 촉구했다.
송명근과 심경섭의 학교폭력 사건은 지난 1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물이 올라오며 알려졌다. 한 네티즌은 ‘현직 남자 배구선수 학폭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올렸다. 글쓴이는 “10년이나 지난 일이지만 폭력은 세월이 흘러도 정당화할 수 없다는 말이 많이 힘이 됐다”며 글을 시작했다.
이 네티즌은 “아마 여자배구 학폭 관련 이슈가 됐을 때 내 얘기도 나올까 노심초사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10여년 전 고등학교 1학년 때 겪었던 피해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한 선배가 노래를 부르라고 강요했고 이를 지켜본 다른 선배가 노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짜고짜 폭행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가해자들이 급소를 가격해 그날 저녁 응급실에 실려 가 고환 봉합수술을 했다며 이를 증명하기 위한 수술 기록지를 연휴가 끝난 뒤 첨부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네티즌은 “배구선수가 되고 싶어 아무런 보상을 요구하지 않고 조용히 넘어간 것을 후회한다”며 "부디 그때의 악행을 기억하고 반성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폭로 직후 송명근·심경섭 선수가 가해자로 지목됐다. 이후 프로배구 OK금융그룹은 입장문을 통해 송명근·심경섭 선수의 폭언과 폭행 등 가해 사실을 인정하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구단은 입장문에서 “당시 이에 대한 수술치료 지원 및 사과가 있었음을 확인하였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피해자와 직접 만나 재차 사과하려고 했으나 현재 연락이 닿지 않아 문자메시지로 사죄의 마음을 전한 상황”이라며 “심경섭 선수 또한 송림중 재학 시절 피해자에게 폭언과 폭행 등 과오를 인정하고 사죄의 마음을 전했다”고 밝혔다. 구단은 “이번 상황을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다. 앞으로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고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선수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이후 해당 피해사실을 폭로한 네티즌은 구단이 밝힌 사과 글을 확인했다며 이에 대한 입장을 기존 게시물에 덧붙였다. 이 네티즌은 “‘수술 치료 지원 및 사과가 있었음을 확인했다’는 문장은 사실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가해자 측이 진심 어린 사과가 있었다면 지속적인 놀림이 동반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것을 ‘사과’로 받아들일 수 없고 양심이 있고 생각이 있다면 본인도 사과를 했다고 인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술 치료 지원에 대해 설명을 덧붙이자면 당시 모든 수술비는 학교에서 지원됐고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이라는 보험금으로 가해자 부모님께 150만원의 통원치료비를 받았던 게 전부”라고 덧붙였다.
연락이 닿지 않아 사죄 문자를 남겼다는 대목에 대해서도 “사과는 가해자가 원하는 방식이 아닌 사과를 받는 사람이 원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며 “막무가내 전화로 끝낼 단순한 사항은 아니니 전화를 받지 않았다. 문자로 온 내용에서도 이 글을 내릴 정도의 진심어린 사과는 느낄 수 없었다. 본인도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 섞인 사과, 사고에 대한 사과는 있지만 그 후 놀림에 대한 언급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고 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입장문과 사과는 인정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한 네티즌은 당사자들이 더 오래, 깊이 생각해본 뒤 제대로 된 사과를 할 것을 요구했다.
앞서 흥국생명 소속 여자 프로배구 선수 이재영·이다영 자매의 학교폭력 폭로 글이 해당 게시판에 올라온 이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둘은 학창 시절 학교폭력 가해자였다는 한 네티즌의 폭로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한편 OK금융그룹 남자 프로배구단에서 송명근은 에이스, 심경섭은 주장으로 활약하며 팀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는 상태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