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는 고교생 3명이 동급생을 폭행하고 물고문하는 잔혹한 사건이 벌어졌다. 가해자들은 피해 학생에게 생수 2리터를 억지로 마시게 한 뒤 구토하자 토사물을 핥아 먹게 했다. 이들의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피해 학생의 성 착취 영상을 촬영해 인터넷에 퍼트리기까지 했다. 올해 초에는 의정부경전철 전동차에서 중학생들이 노인의 목을 조르고 밀어 넘어뜨리는 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던져줬다.
10대 미성년자가 저지르는 범죄의 수위가 점점 잔혹해지고 있다. 최근 10년간 전체 소년범죄 건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과는 달리 성폭력 등 강력범죄 비중은 오히려 높아지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소년범죄의 수법이 갈수록 잔혹해지고 있는 만큼 특정강력범죄의 경우 촉법소년이라도 형사처벌을 받게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14일 대검찰청 범죄분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전체 범죄 가운데 소년범죄자의 비중이 가장 높은 범죄유형은 강력범죄(9.7%)가 차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재산범죄(6.5%)나 폭력범죄(4.9%)를 크게 앞지른 수치다. 바로 직전 분기 소년범의 강력범죄 비중(7.7%)과 비교해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전체 소년범죄 중 강력범죄가 차지하는 비중도 매년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2009년 28.9%이던 강력범죄 비중은 2019년 33.6%로 10년 새 4.7%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미성년자가 저지른 성폭력 범죄의 경우 2009년 1,574건에서 2019년 3,180건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성년자의 상해범죄는 66.1% 늘었고, 협박범죄는 무려 13.5배 가까이 급증했다.
미성년자가 저지른 범죄가 갈수록 흉포해지는 것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모방범죄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미성년자는 성인보다 판단력이 부족해 범죄를 우상화하거나 수법이 잔혹하고 쾌락적인 범죄를 모방할 우려가 높다”며 “더욱이 SNS로 자극적 콘텐츠를 많이 접하면서 강력범죄에 대해 학습하고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소년범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잔혹한 10대 범죄를 부추기는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만 14세 미만은 형사처벌할 수 없도록 한 ‘촉법소년제도’를 악용하는 범죄가 늘면서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지난해 중학생들이 훔친 차로 대학생을 쳐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가해자를 엄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100만명 넘는 사람들이 동의했고,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추는 법안도 발의됐다.
다만 소년범에 대한 처벌강화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낙인효과가 되려 범죄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어린 나이에 형사처벌을 받게 되면 전과자라는 낙인이 생겨 향후 재범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형사처벌 기준연령을 낮춰서 범죄율이 낮아졌다는 증거가 없는 만큼 소년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일괄적으로 촉법소년의 법적연령을 낮추기보다는 죄질에 따라 형사처벌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정강력범죄를 범한 소년의 경우 소년보호사건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이다. 이윤호 교수는 “10대 범죄자에 대한 처벌강화로 전과자를 양산하는 건 정상적 사회복귀를 막는 꼴”이라며 “죄질에 따라 사법기관이 형사처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심기문 기자 do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