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내란 선동 혐의 탄핵 심판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상원의 표결에서 부결되며 최종적으로 무죄 판단이 내려졌다. 그러나 이번 심리 과정 중 각종 '첫 기록'이 속출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불명예를 안은 역대 미국 대통령으로 미 역사에 기록될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번 내란선동 탄핵 심판에서 트럼프의 친정인 공화당 상원 의원 7명이 탄핵 찬성표를 던지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웠다. AP통신은 상원의 탄핵 투표에서 대통령과 같은 정당 소속 의원으로부터 가장 많은 유죄 표가 나온 사례라고 전했다. 트럼프 탄핵안은 상원에서 찬성 57명, 반대 43명으로 찬성이 더 많았으나 가결 정족수인 67명에는 미치지 못했다. 하원의 탄핵소추안 가결 때도 10명의 공화당 의원이 찬성하며 '반란표'를 행사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9년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이어 지난달 6일 지지층의 의사당 난동 사태에 대한 내란 선동 등의 혐의로 두 차례 탄핵 심판대에 올랐다. 탄핵소추안이 하원에서 두 번 통과된 대통령은 트럼프가 미 역사상 처음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상원의 탄핵 심판을 받은 첫 대통령이라는 오명도 남겼다. 트럼프 측은 퇴임한 대통령은 탄핵 심리의 대상이 아니므로 탄핵 심판이 위헌이라고 주장했으나 상원은 재임 중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심리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과거 45명의 대통령 중 하원의 탄핵소추안에 직면한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포함해 총 11명이다. 이 중 앤드루 존슨, 빌 클린턴, 트럼프 전 대통령 등 3명은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상원의 탄핵 심리까지 받았으나 최종적으로 탄핵안이 부결된 이들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핵안은 미국 역사상 심리 기간이 가장 짧은 사건이기도 하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은 지난달 6일 의사당 난동 사태 5일 후인 같은 달 11일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이로부터 불과 이틀 만인 13일 이를 가결했다. 하원은 지난달 25일 탄핵소추안을 상원으로 전달했고, 상원은 26일 탄핵 심판 추진을 합헌이라고 표결하며 심리 절차를 개시했다. 상원은 지난 9일 본격적인 심리에 착수한 지 5일째인 13일 표결을 통해 탄핵안을 부결했다. 하원의 소추안 발의부터 상원의 기각까지 걸린 기간은 34일이고, 이 사건이 상원에 머문 기간은 19일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9년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며 대선 경쟁자였던 조 바이든 당시 후보의 비리 의혹을 조사하라는 외압을 행사한 혐의인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상원의 탄핵 기각까지 135일 간 의회에 머무른 바 있다. 하원은 2019년 9월 24일 탄핵 조사에 착수해 12월 18일 소추안을 가결했다. 지난해 1월 16일 상원의 절차가 시작됐고 21일부터 본격 심리에 들어가 2월 5일 표결에서 부결됐다. 상원 심리 기간은 21일이었다.
관직보유법 위반 혐의 등으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던 존슨 전 대통령의 경우 1867년 5월 16일 상원의 표결로 기각될 때까지 상원에서만 83일 간 심리가 이뤄졌다. 성추문 의혹에 휩쓸린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8년 10월 8일 하원의 탄핵절차가 시작돼 이듬해 2월 12일 상원에서 부결될 때까지 128일이 걸렸다. 상원 심리는 1999년 1월 7일 시작돼 37일 동안 진행됐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