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전 세계가 1년간 쏟아부은 17조 달러에 힘입어 경기 회복의 시그널이 나타나며 국제 유가와 곡물 및 원자재 값이 상승 랠리를 벌이고 있다. 유가는 코로나19 사태 전보다 높은 배럴당 60달러를 돌파했고 대두 값은 1년 전 대비 54%나 급등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의 유령이 신흥 시장을 먼저 덮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6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3월물은 지난 15일(현지 시간) 배럴당 60.1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13개월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올 들어 24% 상승한 것이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4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63.76달러까지 급등했다. 대표 원자재로 경기 방향을 예고해 ‘닥터 쿠퍼’로 불리는 구리 가격도 15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2012년 9월 이후 최고치인 톤당 8,416달러를 넘어섰다. 축산 업계에서 사료로 가장 많이 쓰이는 대두와 옥수수의 국제 가격 역시 1년 전에 비해 각각 53.7%, 40.7% 올랐다.
16일 한국은행은 원유와 광산품·농림수산품 가격 상승으로 1월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 2015년=100)가 100.74로 전달보다 2.8%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두 달 연속 오른 수입물가는 지난해 2월(106.3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한두 달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물가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잠잠하던 인플레이션의 그림자가 커진 것은 미국·유럽연합(EU)·일본 등 선진국의 제로 금리로 각국 정부가 지난해 코로나19에 대응해 17조 달러(1경 8,560조 원, 국제금융협회 추산)를 풀며 유동성으로 경기를 부양했기 때문이다. 천문학적 유동성을 바탕으로 소비 회복세가 더해지면 신흥 시장은 인플레이션에 빠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BoA의 데이비드 하우너 경제전략가는 “공급의 병목 현상이 지속돼 글로벌 수요 회복을 따라가지 못하면 운송·식품·에너지 등의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몇 달간 장기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의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철 기자 runiron@sedaily.com, 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