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5일 대북 관계의 속도 조절을 주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의용 신임 외교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주어진 시간 내에 가시적 성과를 올리기 위해 서두르지는 말라”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성공하려면 한미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이같이 주문했다.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조속한 남북 대화 복원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것과 달리 한미 동맹 강화를 외교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북미 대화와 평화 프로세스 추진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조기에 한미 정상의 교류를 성사시켜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공감대를 재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도 “조속히 포괄적인 대북 전략을 함께 마련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북미 정상회담 이벤트보다 선(先) 실무 회담과 대북 제재 등을 통해 실질적인 북핵 폐기를 추진하려는 바이든 미 행정부의 전략과 결이 다른 접근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 국무부 대변인은 최근 “북한의 도발 행위보다 동맹국과의 불협화음이 더 우려된다”면서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불편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평화 타령’에서 벗어나 균열 조짐이 있었던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면 다행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악화된 한일 관계를 의식해서인지 “주변국과 긴밀히 협력하라”는 주문도 했다. 이 역시 어느 때보다 절실한 한미일 3국 공조를 위해 필수적이다. 중요한 것은 말보다 실천이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충돌 격화 등으로 동북아 정세는 요동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민주주의·인권 등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미 동맹 강화로 중심을 잡고 북핵 폐기를 이끌어내야 한다.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