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는 재택근무도 플렉스…휴양지 근무에 '월 8,000만원' 쓰는 미·유럽 부자들

코로나 봉쇄령·추위 피해 휴양지서 원격근무
"줌 미팅 어디서 개최하든 관계없어"

지난해 12월 한 여성이 미국 뉴욕시에 마련된 코로나19 검사소 앞을 지나가고 있다./AF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재택근무가 활성화된 가운데 미국·유럽 등의 부유층이 봉쇄령과 추위를 피해 해외 고급 호텔과 리조트에 머무는 방식으로 원격근무를 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카톨로지 트래블의 저스틴 헉스터 설립자는 "영국과 유럽의 부유층이 겨울과 봉쇄령을 피해 두바이와 몰디브 스페인 등 따뜻한 기후를 가진 곳으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통신은 미국인들은 하와이나 멕시코, 코스타리카를 선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봄 코로나19 1차 유행 당시에는 단순히 별장에 머무르는 것을 선택했다면, 이번에는 거주지에 내려진 봉쇄령을 피해 아예 다른 지역이나 해외에 머무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11월 미국 하와이의 한 호텔&리조트 앞 해변에서 사람들이 수영을 하며 따뜻한 날씨를 즐기고 있다./AP연합뉴스


사반티 트래블의 리 로완 설립자는 봉쇄령으로 인해 레스토랑이나 오락시설 등이 없이 겨울을 보낼 것이라고 예상한 이들이 진작부터 타지에서의 재택근무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때문에 편도행 티켓을 구입한 뒤 해변가의 별장빌라나 편의시설이 많은 호텔에서 원격근무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뉴욕 소재 여행사 엠바크 비욘드의 잭 이존 설립자는 미 동부에 살던 이들은 플로리다와 사우스캐롤라이나, 카리브해 소재의 고급호텔이나 리조트를 선택하고 있으며, 서부에 살던 이들은 애리조나나 멕시코의 푸에르토 바야르타 등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경우 한 달 평균 비용은 약 7만달러(약 7,700만원)인데, 대부분이 2~4개월을 예약한다고 설명했다.


통신은 집을 떠나 휴양지에서 원격근무를 하고 있는 이들도 소개했다. 그래픽 디자이너인 멜라니 우즈는 지난해 10월 1일부터 본래 거주지인 샌프란시스코를 떠나 카리브해에 접한 벨리즈의 한 리조트에서 원격근무를 하고 있다. 하루 숙박료가 329달러로 저렴하지 않지만 장기 숙박시 20% 할인되는데다 주말에는 마치 휴가를 보내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우즈는 "여름이나 백신을 맞을 수 있을 때까지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즈 외에 로스앤젤레스 소재 컨설팅 회사에 근무하는 샤이엔 퀸과 에너지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인 숀 가비도 멕시코에서 원격근무를 하고 있다.


원격 근무를 하는 상황에서 일하는 장소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LA 소재 금융회사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제프 아사프는 하와이의 한 타운하우스에 머물고 있다. 그는 "사무실이 문을 닫았다"며 "업무 관계자를 대면할 수도 없으며 뉴욕으로 갈 수도 없는데 줌 이사회 미팅을 어디에서 개최하는지가 왜 중요하겠느냐"고 말했다.


/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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