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영문직함 '체어맨→프레지던트' 바꾼 이유는

국제사회 일반적 표현 사용해 일반국가 이미지 구축
김정은 北내부선 당 총비서…대외적으론 국무위원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광명성절')인 지난 16일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참배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7일 보도했다.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조용원 당 비서,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덕훈 내각 총리 등이 참배에 함께했다./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북한이 김정은의 영문 직책 표기를 의장·위원장을 의미하는 '체어맨(Chairman)'에서 주석·대통령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프레지던트(President)'로 바꿨다.


조선중앙통신은 1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아버지 김정일의 생일('광명성절')을 맞아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영문으로 보도하면서 그의 직함을 'president of the State Affairs'라고 번역했다. 통신은 지난달 22일까지는 김정은의 영문 표기를 'chairman of the State Affairs Commission'이라고 쓰다가, 이달 11일부터 이같이 바꾼 것이다. 국가정보원도 지난 1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영문 표기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프레지던트'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도 생전에 영문 호칭으로 프레지던트를 사용해 사실상 호칭을 복원한 셈이다. 북한의 이 같은 변화는 대다수 나라가 국가원수·정부 수반의 호칭으로 프레지던트를 사용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통령이 있는 민주국가는 물론이고, 사회주의 우방이라 할 수 있는 중국도 국가주석의 영문 호칭으로 프레지던트를 쓴다. 러시아 대통령의 영문 호칭도 같다.


북한은 최근 국제사회의 일반적인 표현을 사용해 일반국가의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모습이다. 남쪽의 국방부에 해당하는 인민무력성의 명칭을 국방성으로 바꾼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과 러시아 등 사회주의 국가는 물론 외국의 일반적인 명칭 흐름을 따른 것이다. 지난달 노동당 제8차 대회장 정면에 기존 김일성·김정일의 초상화 대신 당 상징 마크를 내걸고 폐막곡으로 일반 사회주의 국가에서 불리는 '인터내셔널가'를 선택한 것도 일반 사회주의 국가 지향성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등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국가에서는 국가수반이 당과 국가의 최고직책을 겸임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직함도 여럿이다. 김정은도 국무위원장 외에 노동당 총비서 직함을 갖고 있는데, 노동당 영도체제인만큼 대내적으로는 총비서 직책이 우선이지만 대외 활동은 국무위원장 자격으로 한다. 2018년 남북한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 북한과 미국의 싱가포르 공동성명에도 국무위원장 자격으로 서명했다. 시진핑도 중국 내에서는 공산당 총서기로 더 많이 불리지만, 대외적으로는 주석(President) 직함이 통용된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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