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남하한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16일 강원도 동부지역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지역에서 붙잡혀 조사를 받고 있는 것과 관련,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참담하다"며 "우리 군이 감시하는 동해안 철책이 또 뚫렸다"고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원 지사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하고 헤엄을 쳐서 남하, 대한민국 육지로 올라온 후 수 ㎞를 걸어서 이동하다 군 CCTV에 포착되었는데 신병을 확보하기까지 또 3시간이 걸렸다고 한다"면서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원 지사는 "지난 2012년 GOP를 뚫고 우리 군 초소와 막사 3곳을 거치며 노크까지 한 후 귀순한 이른바 '노크귀순' 사건이 있었다"고 상기시킨 뒤 "작년 11월에는 일반 주민이 GOP 철책을 뛰어넘어 남하했음에도 14시간 동안 행적을 놓쳤던 '월책귀순' 사건이 있었다. 이번에도 같은 부대, 같은 경계망"이라고 지적했다.
원 지사는 이어 "한 번이 두 번 되고, 두 번이 세 번 되는 황당함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만약 일반인의 귀순이 아니라 특수부대의 무장 침투였다면 어떤 결과로 이어졌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고 상황을 짚었다.
아울러 원 지사는 "국민들은 '발각된 것만 이 정도이지, 혹시 수시로 들락거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하고 있다"면서 "'전투에서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있지만, 경계에서 실패하는 지휘관은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을 인용하기도 부끄럽다"고 거듭 강한 어조의 비판을 이어갔다.
여기에 덧붙여 원 지사는 "안보에서의 무능은 국민들의 생명을 위태롭게 한다"면서 "반복되는 경계 실패로 인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해소될 수 있도록 납득할 만한 설명과 대책을 마련하고, 보다 강력한 안보태세 확립에 최선을 다해 주시기를 부탁한다"고 적었다.
한편 합동참모본부 등 관계 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전 강원도 고성군 제진 검문소 인근 민통선 북쪽에서 우리 군에 붙잡힌 북한 남성은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하고 동해상을 헤엄쳐 남하한 것으로 파악됐다.
군 당국은 또한 전날 새벽 4시20분쯤 민통선 검문소 폐쇄회로(CC)TV에 남하하던 남성이 포착됐고, 이후 군이 대침투 경계령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하고 수색에 나선 끝에 오전 7시20분쯤 붙잡았다고 했다.
현재 군 당국은 이 남성이 군인이 아닌 민간인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경훈 기자 styxx@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