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수 사의, 여전히 남는 의문...文대통령, 갈등 알았나

靑 "조율 중 상태에서 법무부안 발표"
文 만류에도 신현수 민정수석 사의 뜻
검찰-법무부 갈등 재연 우려 터져 나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알고 있었을까?’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둘러싼 법무부와 청와대 민정수석실 사이의 갈등을 문 대통령이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는지 관심이 쏠린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과의 조율을 거치지 않은 채 밀어붙인 인사안을 문 대통령이 직접 재가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임기 후반기 ‘방역’과 ‘경제’ 성과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문재인 정부가 이번 갈등을 조속히 해결하지 못하면 지난했던 검찰-법무부 갈등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7일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인사 과정에서 검찰과 법무부 사이에 견해가 달랐고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인사안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있었다”면서 “조율이 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법무부 장관 안이 보고되고 발표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신 수석은 지난 7일 발표된 검사장급 인사를 앞두고 박 장관과 인사에 대한 의견 조율을 시도했다. 신 수석에게는 문재인 정부의 첫 검찰 출신 민정수석으로서 검찰과 법무부 사이의 ‘중재자’ 역할이 기대된 터였다.


신 수석은 검찰 입장을 반영한 인사를 주장했으나 결과에서 보여지듯 신 수석의 의견은 묵살됐다. 검찰 측의 교체 희망 대상으로 꼽힌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유임됐고 ‘추미애 라인’에 속하는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은 오히려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영전됐다.


다만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이번 검찰 고위 간부 인사안을 재가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법무부 장관의 민정수석실 패싱 여부’를 묻는 질문에 “패싱이라기 보다 조율 중인 상태에서 나갔다”고 선을 그었다. 통상 검찰 고위급 인사는 법무부 검찰국장과 민정비서관이 협의해 민정수석에게 보고하고 대통령이 이를 재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자기 주장을 관철하는 절차가 의지대로 진행됐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결국 법무부의 일방통행식 인사 과정에서 신 수석은 임명된 지 한 달 반만에 항명성 사의를 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관심이 모이는 지점은 ‘문 대통령이 신 수석 패싱 여부를 인지하고 있었느냐’다. 신 수석의 조율을 거치지 않은 박 장관의 독자 인사안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문 대통령이 이를 최종 재가했다면, 문 대통령이 검찰의 힘을 빼는 인사안을 밀어붙인 박 장관의 손을 들어준 모양새가 된다. 박 장관의 인사안에 신 수석이 당연히 합의했을 것이라고 문 대통령이 판단했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만일 인사 보고의 주체자가 박 장관이었다면 청와대 내 보고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다. 민정수석이 아닌 법무부 장관이 보고자로 등장한 것이기 때문이다.


두 시나리오 모두 청와대가 해명하기에는 민감한 상황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을 일일이 공개할 수 없는 노릇”이라며 “조율과 관련해 대통령이 여쭤보셨는지도 모르겠고 그 상황을 예단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통령이 어떻게 했는지는 판단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 문 대통령의 의중이 담겼냐’는 질문에 “대통령을 결부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한 것도 이 때문으로 해석된다.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거듭 만류하는 상황에서 신 수석이 사의를 거둬들이지도 주목된다. 지난해 12월 31일 임명된 신 수석은 문 대통령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는 몇 안 되는 참모 중 하나로 평가된다. 참여정부 사정비서관으로 근무했던 신 수석은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 대통령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신 수석은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수 차례 밝힌 후에도 청와대 각종 회의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다. 다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거취 문제는 변화 없는 상태”라며 “(사의 표명은) 유지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 수석의 ‘사의 소동’을 조속히 매듭짓지 못하면 국정운영 동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고용 위기 등 민생에 집중해도 부족한 마당에 지난해와 같은 검찰-법무부 갈등이 이어진다면 임기말 권력 누수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이번 논란 배경에 대해 신속하고 세세히 밝힌 것도 ‘추미애 시즌2’가 재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허세민 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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