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 캐시 우드



지난달 14일 미국 증시에서 항공 우주 기업들의 주가가 20% 가까이 치솟았다. 한국에서도 관련 업체들이 최대 15% 급등했다. 한 자산운용사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우주 탐사 상장지수펀드(ETF)’의 출시 계획을 제출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실적이 나온 것도 아닌데 ETF 계획만으로 전 세계 주식이 들썩인 것이다. 시장을 움직인 주인공은 ETF 운용사인 아크인베스트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 캐시(캐서린) 우드였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장에서 ‘미다스의 손’으로까지 불리는 우드의 힘은 이렇게 컸다.


1955년생으로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우드는 캐피탈그룹의 이코노미스트를 거쳐 얼라이언스번스틴(AB)에서 최고투자책임자 등으로 12년 동안 몸담았다. 우드는 2014년 아크인베스트를 만든 뒤 ‘파괴적 혁신’ 전략으로 미래 성장 기업을 발굴해나갔다. 그는 2018년 2월 CNBC방송에 출연해 “테슬라 주가가 5년 안에 4,000달러(5 대 1 액면분할 전)를 넘어설 것”이라고 장담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300달러대의 박스권에 갇혀 있었는데 이런 전망을 내놓자 진행자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하지만 이는 3년 만에 현실이 됐다.


우드는 “우리에게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은 안전 자산과 같다”며 혁신 기업을 계속 담았다. 이 결과 지난해 아크의 7개 ETF 중 5개의 수익률이 100%를 넘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국내 서학 개미들도 우드의 이름(cathie)에 착안해 ‘돈(cash) 나무 누님·언니’라 칭하며 아크 ETF를 집중 매수했다. 우드가 유전학과 우주를 차기 테마로 설정한 뒤 관련 기업 주가가 크게 뛰자 블룸버그통신은 “마법의 손길”이라고 표현했다.


아크 ETF에 유입된 자금이 올 들어서만 150억 달러를 넘었다. 아크의 운용 자산도 지난해 초 35억 달러에서 580억 달러로 폭증했다. 쏠림 우려도 있지만 글로벌 자산운용사를 한 곳도 만들지 못하는 우리로서는 부러움과 안타까움을 지울 수 없다. 금융 회사를 이익공유제 등 포퓰리즘 정책 도구로 삼는 현실에서 세계적 운용사가 나올 리 있겠는가. 규제 족쇄 속에서는 통찰력을 지닌 리더를 키울 수 없고 금융 허브도 불가능하다.



/김영기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