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 보수 논객으로 통하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훈장까지 받은 라디오 진행자 러시 림보가 17일(현지시간) 폐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70세.
림보는 도발적이고 우편향적인 발언으로 관심을 모으며 1980년대 이래 미국 우익의 대표적인 논객으로 통했다. 림보는 주류 언론을 조롱하는 태도를 보였다. 보수적인 라디오 토크쇼의 개척자이자 미국의 문화 전쟁에서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투사로서, 종종 음모론을 옹호해 극우적 성향의 인사라는 평가도 받았다.
림보의 라디오 프로그램은 1988년 전국적으로 통합되면서 대규모의 열성적인 추종자를 만들었다. 림보의 성공은 숀 해니티, 빌 오라일리, 글렌 벡 등 라디오와 TV에서 우익 논객의 탄생을 도왔다. 그는 자신의 추종자를 '디토 헤드'(ditto head)라고 불렀다. 이 말 자체가 '림보의 라디오 쇼를 사랑하는 사람', '림보가 하는 말을 비판 없이 믿는 사람'이라는 뜻을 지닐 정도로 림보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그러나 림보는 여성권리 운동가를 폄하하기 위해 '여성 나치'라는 용어를 만들고, 의회 청문회에서 산아 제한에 관해 발언한 한 법대생을 '난잡한 계집'(slut)이라고 부르는 등 종종 설화를 빚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림보는 매일 미 전역에서 600개 이상의 라디오 방송국을 통해 전달되는 방송에서 움츠리지 않고 포퓰리스트로서 자신의 브랜드를 옹호했다"며 “좌파의 명분을 비판하고 공화당의 의제를 형성하는 것을 도왔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림보를 높이 평가하며 그와의 인터뷰에 적극 응했었다. 작년 2월 의회 국정연설 때 림보에게 미국 민간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 훈장인 '자유의 메달'을 수여하는 깜짝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림보를 "수백만 명의 미국인에게 사랑받는 특별한 사람", "가장 위대한 투사이자 승리자"라고 치켜세웠고,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는 림보의 목에 훈장을 걸어줬다. 당시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냉담한 침묵 속에 의장석에 자리를 지켰고,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오, 안돼"라는 탄성을 내지르기도 했다.
림보는 작년 2월 폐암 진단을 받은 사실을 공개했고, 치료를 받더라도 방송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경림 기자 forest0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