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두고 ‘빅브러더법’이라고 날선 공격을 가한 가운데 이 같은 우려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미 금융결제원에 상당한 금융 거래 정보가 있어 빅테크 결제 정보를 추가로 모으더라도 유의미한 정도는 아니고 한은이 주장하는 다른 시스템 구축도 또 다른 빅브러더일 수 있다는 반박이다.
18일 한국금융연구원이 주최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토론회’에서 정성구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한은의 ‘빅브러더법’ 비판에 “금결원은 이미 지로, 금융결제망 운영과 관련한 개인 정보를 처리하고 있다”며 “청산 기관의 정보 오남용 방지, 보안 강화를 위한 특칙도 법에 마련돼 있다”고 우려를 일축했다.
패널로 참여한 장성원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사무처장도 “빅테크 내부 결제 정보가 빅브러더를 우려할 정도로 유의미한 규모일지 의문”이라며 “한은이 지급 결제 시스템을 건드리지 않고 다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하는데 금결원이 아닌 다른 시스템을 통한 빅테크 내부 결제 정보 수집도 빅브러더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금융위원회와 한은의 갈등은 지난해 11월 전금업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촉발됐다. 개정안은 금융위가 청산 기관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갖겠다는 것인데 청산 기관으로 한은이 관리·감독하는 금결원을 지정한 것이다. 이에 한은은 금융위가 한은의 지급 결제 고유 권한을 침해한다고 비판했고 금융위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며 맞서고 있다. 한은은 17일 배포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의 빅브러더 이슈에 대한 입장’ 자료에서 “개정안은 빅브러더법”이라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금융위가 금결원을 통해 빅테크의 모든 거래정보를 별다른 제한 없이 수집하게 된다”고 노골적으로 저격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이미 일상적인 결제의 상당 부분이 빅테크에서 이뤄지는 만큼 소비자 보호를 위해 빅테크의 내부 지급 거래도 청산을 의무화하는 것이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네이버처럼 플랫폼 내부에서 이뤄지는 지급 결제 행위와 자금의 흐름을 감시·감독할 근거가 없어 최악의 경우 이용자의 충전금이 빅테크의 내부 자금처럼 유용돼도 당국으로서는 이를 잡아내고 제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빅테크의 외부 청산이 의무화되면 내부적으로 이뤄졌던 거래들이 금융결제원을 통해 청산되고 문제가 생겼을 때에 대비해 자금 흐름을 관리 감독할 수 있다.
발표자로 나선 이순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급거래청산제도의 취지는 지급 결제 시스템과 운영 기관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해 결제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특히 빅테크가 내부적으로 처리하고 있는 이용자 예탁금에 대해 공신력 있는 외부 청산 기관이 개입함으로써 이용자 보호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관 기관 간의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전금업 개정안을 소비자 보호와 편익 증진의 관점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현정환 동국대 교수는 “전금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공신력 있는 기관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며 “기관을 논하기보다는 이용자 후생과 보호의 관점에서 토론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윤 기자 lucy@sedaily.com, 빈난새 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