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한 청년이 자신의 구애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10대 이웃 소녀를 독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20일 타임스오브인디아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저녁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운나오지구 농장 인근 들판에서 최하층민인 달리트(불가촉천민) 계급 소녀 3명이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이들 소녀 3명은 곧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3세, 15세 소녀는 숨을 거뒀고 17세 소녀는 사경을 헤매고 있다.
운나오지구 경찰은 19일 소녀들과 이웃에 사는 청년 비나이 쿠마르(25)를 범인으로 지목해 체포했다. 그를 도운 혐의로 15세 소년도 함께 체포했다. 현지 경찰은 친구 사이인 소녀들이 집에서 1.5㎞ 떨어진 들판에 소여물을 구하러 나갔다가 이웃 청년이 농약을 타서 건넨 물을 마신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이 피해자들과 같은 달리트 계급에 속해 있다고 발표했다. 경찰 관계자는 "비나이가 피해자 가운데 17세 소녀에게 관심을 가지고 전화번호를 물어봤지만 거절당하자 앙심을 품고 물에 농약을 타서 줬다고 자백했다"고 전했다.
비나이는 다른 두 명의 소녀들이 농약 탄 물을 나눠마실 때 왜 말리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그의 아버지는 "내 아들이 이랬을 리 없다"며 경찰이 누명을 씌워 희생양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비나이를 도운 15세 소년의 아버지 또한 "내 아들이 이런 범죄에 가담하기에는 너무 어리다. 이번 일은 아이의 능력 밖"이라며 경찰 발표를 의심했다.
최근 인도에서는 하층 계급의 여성들이 상위 계급 남성들에게 강간 살해당하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소녀들의 사망·중태 소식이 전해지자 마을 주민들은 "범인을 찾아내라"고 거센 시위를 벌였다. 수도 뉴델리에서도 수 십 명의 학생들이 "달리트 소녀들이 또 공격당했다"며 시위에 나섰다.
인도는 카스트에 따른 차별을 지난 1955년 법률로 금지했지만, 하층민 특히 달리트 계급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계속되고 있다. 인도는 전통적으로 브라만(성직자), 크샤트리아(군인), 바이샤(평민), 수드라(천민), 달리트로 크게 구분되는 힌두 카스트 기준에 지역과 직업, 성(姓) 등에 따라 수천 개의 세부 카스트 구분이 존재한다.
/박동휘 기자 slypd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