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를 5개 등급으로 나눠 최대 700만 원의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당은 또 기획재정부에 소득 하위 40%에 지원금을 주는 방안도 요구했다. 일자리 지원 예산과 백신 구매까지 더하면 올해 1차 추가경정예산 규모는 ‘22조 원+ α’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기재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당정은 이 같은 2021년도 1차 추경 편성안을 논의하고 있다. 당정은 우선 소상공인을 5개 등급으로 나눠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다. 정부는 3차 지원금 지급 때 소상공인을 △집합 금지 업종(24만 명) △영업 제한 업종(81만 명) △일반 업종(175만 명)으로 나눠 각각 300만~100만 원씩 지급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집합 금지와 일반 업종 부문을 매출 감소 폭에 따라 각각 2개 등급씩 세분화해 지원한다. 예를 들면 집합 금지 업종인 노래방은 매출 감소 폭에 따라 2개 등급으로 나뉜다. 카페 같은 영업 제한 업종은 매출 감소 수준과 상관없이 지원금이 지급되고 일반 업종의 지원금 지급 기준선은 기존 연 매출 4억 원 이하에서 10억 원 이하로 상향된다.
당정은 다만 재난지원금액 상한선을 두고 합의를 이루지 못했는데 여당은 최고액을 700만 원까지 올려 관철할 태세다. 기재부는 최근 청와대에 3차 때 300만 원을 지급한 집합 금지 업종에 최대 500만 원을 지급하는 계획안을 보고했는데 선거를 앞둔 여당이 또 올린 것이다. 기재부 안에 따른 재난지원금 소요액은 6조 2,000억 원이지만 여당의 700만 원 지급이 확정되면 필요 예산은 10조 원으로 급증한다.
여당은 아울러 소득 하위 40% 계층에 일괄 지원금(예산 총액 10조 원)을 주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재부가 이에 반대해 이날 열린 당정청 협의에 이어 이번 주 추경을 둘러싼 당정 간 치열한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당정은 오는 28일 올해 첫 추경안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정부가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를 5개 등급으로 나눠 지원금을 주기로 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한 ‘넓고 두터운’ 지원 효과를 기대하면서 등급을 더 촘촘히 해 ‘선별 지급’ 효과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여당이 재난 지원금 최고액을 선심성으로 700만원까지 높여 지원금 격차가 커지면 그에 따른 논란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코로나19 피해에 따른 3차 재난지원금을 주면서 집합금지(300만원)·영업제한(200만원)·일반 업종(100만원) 등 3개로만 나눠 등급별 차등이 적었다. 예를 들어 아예 영업을 하지 못했던 노래방과 정상적 영업이 가능했던 편의점(일반업종)의 지원금 차이는 200만원에 그쳤다. 식당 등 영업제한 업종 일부는 배달 특수 등으로 오히려 매츨이 늘었는데 지원금을 받은 사례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집합금지 업종과 일반 업종을 매출 감소 폭에 따라 각각 2개 그룹씩 나눠 지원액 등급을 5개로 확대하면 지원금 격차는 훨씬 커지게 된다. 여당이 추진중인 최대 700만원 지급방안이 적용된다고 가정하면 1등급(700만원)과 5등급(150만원)의 차이는 최대 550만원까지 벌어진다. 기재부가 마련한 방안으로도 지원 1등급 소상공인은 500만원을 받고, 5등급은 100만원만 받아 400만원의 차이가 난다. 노래방 같은 집한금지 업종의 사업자에게 더 두터운 보상이 주어지도록 버팀목 제도가 다시 설계되는 셈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더 많은 피해를 본 사람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한다는 원칙 하에서 당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노래방을 비롯해 헬스장(실내 집단 운동시설), PC방, 뷔페식당, 헌팅포차(유흥주점) 등 12개 시설 및 업종이 당정 협의 결과 및 매출 감소 규모에 따라 최대 7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 집합금지 및 일반업종 내 ‘등급’을 나누는 매출 감소의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아 논란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재난지원금 대상 확대를 위한 방안의 윤곽도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3차 지원금 때는 집합금지 업종 24만 명과 영업제한 업종 81만명, 일반 업종 175만명 등 총 280만 명에게 지원금을 지급했다. 이때 집합금지·영업제한 업종에는 매출 10억원 기준이 적용된 반면 일반 업종은 연 매출 4억원 이하를 기준으로 해 반발이 일었다. 예컨대 편의점의 경우 마진이 거의 없는 담배 매출이 전체의 45%에 달해 상당수가 지원 대상에서 배제된 바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4차 재난 지원금 지급 때는 일반업종의 매출 기준을 10억 이하로 상향할 방침이다. 단 매출 감소 기준은 그대로 적용된다. 매출 10억 이하 일반 업종이라고 할지라도 매출이 전년과 비교해 늘거나 비슷하다면 지원금을 탈 수 없다는 뜻이다. 매출 기준을 상향하면 편의점과 대형 프랜차이즈 등 수혜 대상이 100만명 이상 늘어날 것으로 관련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현재 제조업 10인 미만, 서비스업은 5명 미만인 소상공인 지원금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5명 이상을 고용한 소상공인은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상당수가 제외됐는데 당정은 고용 유지를 독려하기 위해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재난지원금 대신 고용지원금을 늘리는 방식으로 우회 지원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그동안 논란이 됐던 노점상에 대해서는 지원금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여당에서는 “노점상과 같이 세원·과세 자료가 없어서 누락된 분들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하지만 대부분 현금 거래를 하는 노점상의 특성상 매출 변화와 손실 규모를 특정하기 어렵고 그동안 세금도 내지 않았는데 예산을 직접 투입해 도움을 주는 게 옳으냐는 논란이 커지면서 일단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상공인 재난 지원금은 큰 틀에서 대책이 마련됐지만 추경 규모를 놓고 변수는 남아있다. 여당이 기재부에 소득 하위 40% 이하 계층에 대한 일괄 지원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여당은 이를 위해 추경에 10조원의 추가 예산 편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소득 하위 40%를 약 1,000만 가구로 잡으면 가구 당 약 100만 원이 지급되는 셈이다.
그러나 기재부는 이 같은 방안이 확정될 경우 ‘선별 지원’이라는 기본 취지가 무너지고, 지난해 1차 지원금 지급 당시 불거진 ‘소득 경계가구’를 둘러싼 형평성 논란이 다시 폭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 일각에서는 일괄 지원금 지급 대상을 줄이거나 이를 빼는 대신 소상공인 지원액을 민주당 요구처럼 증액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세종=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