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80조 원 넘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의 3월 말 시한 대출·이자 만기 연장을 은행권에 압박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5대 금융지주 회장과 회동한 데 이어 곧 은행연합회장을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한다. 금융권은 은행 부실을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 자료에 따르면 만기가 연장된 대출과 이자의 총액 규모가 벌써 79조 7,120억 원이나 된다. 여기에 이자 유예된 455억원에 딸린 대출 원금 1조 9,635억 원까지 더하면 82조 원의 잠재 부실을 떠안아야 할 처지다.
지난해 9월에 이어 또 ‘묻지 마’식 연명이 강행되면 은행 부실과 좀비 기업의 속출을 막아내기는 더 어려워진다. 금융 당국이 은행 팔을 비틀어 연명 치료를 한다고 좀비 기업들이 병상을 박차고 벌떡 일어나는 일이 생길 리 없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3년 이상 돈을 벌어 이자도 내지 못하는 좀비 기업 비중이 2020년 기준 전체 기업의 21.4%로 추정돼 전년의 14.8%에 비해 6.6%포인트 급증했다. “이번 만기 연장이 진짜 마지막”이라는 은행들의 호소를 귀담아들어야 할 때다.
한계 기업이 제때 퇴장하고 그 자리를 미래 신산업이 대체해 새 피를 돌게 해야 우리 산업 생태계가 건강해질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경제 부처 합동 업무 보고에서 혁신 성장과 혁신 금융을 강조한 것도 그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선거 목전에 부실 기업의 ‘묻지 마’ 연명을 밀어붙이는 것만은 자제했어야 했다. 더구나 코로나19 위기 속의 글로벌 유동성 파티도 머지않아 끝날 것이다. 좀비 기업의 부도 쓰나미를 막을 대비책을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업 대출과 만기 연장 과정에서 철저하게 옥석을 가려내야 한다. 좀비 기업에 대한 이자·원금 합산 또는 장기 분할 납부 등의 연착륙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