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외무장관 "홍콩 문제 관련해 중국에 대화 제안"

SCMP "영국, 중국과 계속 교역하고 싶어해"
자국 경제 고려한 영국, 중국에 대화 시도한 듯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AFP연합뉴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이 중국에 홍콩 문제와 관련해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보안법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국면에서 중국에 강경 대응을 했던 영국이 자국 재계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력을 고려해 한발 물러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현지 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라브 장관은 지난 19일 로비 단체 ‘중국인의 보수당 친구’가 주최한 화상 면담에서 “(중국 측에) 베이징에 가겠다고 제안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에게 대화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제안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외교장관은 (이런 때에)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며 “우리는 항상 외교의 문을 열어놓고, 긍정적인 점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의 ‘대화 제안’은 최근 중국에 보인 강경 대응과는 차이가 있다. 지난달 영국은 영국해외시민(BNO) 여권을 소지한 홍콩인에 이민 문호를 확대하며 홍콩보안법으로 탄압받는 홍콩인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BNO 여권은 지난 1997년 홍콩 반환 전까지 영국이 홍콩에 발급한 특수 여권이다. 최근에는 영국이 중국 CGTN 방송의 면허를 취소하고, 중국이 영국 BBC 월드뉴스의 자국 내 방영 금지로 보복하기도 했다. 이에 홍콩에서도 BBC의 송출이 중단됐다.


영국이 자국 경제에 미칠 타격을 고려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SCMP는 “영국과 중국의 관계는 악화했지만 영국은 홍콩에서 진행되는 많은 자국 기업활동의 최대 투자자 중 하나인 중국과의 교역을 계속하고 싶어 한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9년 1월과 8월 사이 중국 기업의 영국 투자액은 약 60억 파운드(약 9조 3,000억 원)에 달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44억 파운드에 그쳤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경제 불안정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지만, 홍콩보안법 등을 두고 영국이 중국에 날이 선 비판을 이어간 영향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라브 장관은 홍콩보안법에 대해 ‘내정’이라 여기지만, 영국은 ‘영국-중국 공동선언’ 위반으로 본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또 신장위구르의 인권 유린 보도와 관련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도 했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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