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서도 한국 주식시장에서 개인들의 순매수가 이어지고 있다. 연초 이후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을 합쳐서 약 32조 원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개인 전체 매수액(63조 원)의 절반 이상을 불과 2개월이 안 된 기간에 사들인 것이다.
개인들은 지난 1년간 한국 주식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폭락하며 시장 변동성이 12년 만에 최고조에 이르렀던 지난해 3월 한 달간 11조 원을 증시에 퍼부은 주체도 개인이다.
개인의 적극성은 해외 투자까지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개인의 해외 주식 직접투자 규모가 연기금 등 정부 부문과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의 증가 규모를 추월했다. 이는 해외 투자의 주체별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03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당시에 무모한 듯 보였던 개인의 ‘역대급 행보’는 현재 상당히 좋은 성과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투자자를 보는 시선에는 여전히 우려가 섞여 있다. ‘쏠림 투자’로 시장의 단기 변동성을 키운다거나 증시 과열의 주범이라는 인식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 개인의 ‘따라잡기’ 식의 해외 투자가 결국 손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걱정도 있다.
요컨대 기관투자가와 외국인은 객관적이고 현명한 주체로 여겨지는 데 반해 일반 투자자는 고수익 추종, 비체계적인 위험 관리, 단기 매매의 속성을 가진 비이성적 주체로 여겨진다. 외국인 및 기관투자가와 달리 개인에 대해서는 동학·서학 개미 등과 같이 다소 희화화되거나 과장된 별칭이 붙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이성적인 주체가 아니라 보다 감정에 휘둘리는 수급 주체로 은근히 깔보는 인식이 제도권 내 존재한다는 점을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집단 지성의 관점에서 개인투자자라는 주체를 바라봐야 한다. 한국 주식시장이 코스피지수 3,000포인트를 넘어선 가장 큰 힘은 개인투자자에게 있다고 할 수 있다. 약 15년간 이어진 2,000포인트 박스권을 돌파한 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과거 주식형 펀드라는 간접 상품 즉 기관투자가의 힘을 통해 2,000선을 넘었다면 지금은 개인들이 직접투자를 통해 힘을 발휘하고 있다.
도대체 개인들은 어떤 자신감이길래 기관이나 외국인과는 상관없이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는 것일까. 과거와는 달리 기관투자가나 외국인에 버금가는 정보 수집 및 분석 능력을 갖춘 학습된 개인들이 그 자신감의 중심에 서 있는 것 같다. 그리고 학습된 또는 학습하는 개인들이 정보기술(IT) 혁신을 기반으로 연결돼 있는 것도 과거와는 현격히 다른 차이다. 보다 긴밀하게 연결된 개인들은 서로 협력하거나 경쟁하는 과정을 통해서 더욱 빠른 속도로 집단 지성의 힘을 키워가고 있다. 개인들의 아주 사소한 정보에서부터 성공과 실패의 피드백까지 수많은 데이터가 연결되고 정리되면서 인공지능화되고 있다는 생각을 감출 수 없다. 주식시장 내 수급 주체들에 대해 움직임을 판단할 때 선입관을 갖거나 감정적인 오류를 범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남동준 텍톤투자자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