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이행 지원을 전담하는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인력·예산 부족에 업무의 80% 이상을 위탁 처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양육비 이행률이 30%대에 머물고 있는데 이마저도 대부분 위탁 기관이 해결하고 있어 이행원은 사실상 상담 창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22일 양육비이행원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양육비 이행 의무가 확정된 약 2만 건 가운데 실제 이행은 7,218건으로 누적 이행률 36.1%에 그쳤다. 이행 건수 중 이행원이 담당한 경우는 18.3%(1,323건)에 불과하고 81.7%(5,895건)는 대한법률구조공단·한국가정법률상담소·대한변호사협회 등 위탁 기관이 담당했다.
양육비이행원은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육비이행법)’에 따라 2015년 여가부 산하기관인 한국건강관리진흥원에 만들어진 조직이다. 양육자가 비양육자로부터 양육비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하면 당사자 간 협의, 소송, 추심, 제재 조치 등을 지원한다.
위탁 기관 의존도가 높은 것은 양육비이행원이 한 해 수천 건씩 쏟아지는 지원서를 감당하기에는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행원에 접수된 신청 건수는 2018년 3,925건, 2019년 3,206건 등 연간 3,000~4,000건을 기록하고 있다. 연간 양육비 이행 건수보다 3배 많은 신청 접수가 해마다 이행원에 접수되는 셈이다. 이행원에서 양육비 이행 소송을 담당할 법률전문가는 10명 이하로 25억 원을 들여 업무를 위탁 기관에 넘기고 이행원은 한시적 양육비 지급, 비양육자와 자녀 간 면접교섭 지원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직원이 62명에 불과한데 담당자까지 자주 바뀌면서 이용자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한 한부모는 서울시 한부모가족지원센터 커뮤니티에 “이행원 접수 두 달 만에 변호사로부터 연락이 와 1시간 동안 통화한 뒤 몇 달 동안 기다렸다”며 “연락이 없어 문의해보니 담당 변호사가 휴직을 신청해 다른 변호사로 바뀌었고 새로 온 변호사는 현재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고 있었다”고 푸념했다.
올해 양육비이행법 개정으로 지원 신청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양육비이행원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 법 개정으로 법원의 감치 명령을 받은 채무자가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올해 6월부터 운전면허 정지, 7월부터는 출국 금지, 형사처벌이 가능해지자 벌써부터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하지만 상급 기관인 여가부 예산이 최근 3년간 연평균 18% 늘어난 것과 달리 정부 출연금으로 운영되는 양육비이행원 예산은 30억 원으로 3년째 동결되면서 인력 규모는 그대로다. 양육비 미지급 부모 신상 공개 웹사이트인 배드파더스의 구본창 대표는 “양육비이행원이 서울에만 있고 인력도 부족하다”며 “양육비 소송 관련 기관의 규모를 10배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창영 기자 k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