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환갑이 넘어 석사 학위를 받은 늦깎이 학생이 모교 교단에 서게 돼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교육대학원 영어교육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박성은(62·사진) 씨. 박 씨는 24일 전주 우석대에서 열린 전기 학위 수여식에서 총장상을 받고 오는 9월 임용을 앞두고 있다.
박 씨는 어릴 적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학교를 다니지 못했고 결혼 후에도 자식들을 키우느라 공부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 50세에 이르면서 이제는 하지 못했던 공부를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박 씨는 “공부하기 전에는 배우지 못했다는 사실이 가슴속에 남아 사람들을 만나면 주눅 들기도 했다”며 “내일 당장 죽음이 닥친다면 무엇이 가장 후회될까 생각해보니 공부를 못한 게 가장 한으로 남을 것 같아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용기를 내 들어간 전북 정읍시 감곡면에 있는 남일초·중·고교를 거쳐 방송통신대 영문학과를 졸업했고 곧바로 우석대 교육대학원 영어교육 전공 석사 과정에 들어갔다. 그는 “방금 배운 것도 기억나지 않아 힘들 때도 있었지만 ‘같은 행동을 66일간 반복하면 습관이 된다’는 글을 읽고 매일 아침 단어와 문법을 복습했다”며 “특히 함께 공부했던 자식이나 손자뻘 되는 동기생들의 응원과 지도교수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공부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박 씨는 올 9월 자신의 모교인 남일초·중·고교 영어 교사로 임용될 예정이다. 남일초·중·고교는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배움의 기회를 놓친 50~60대 장년과 70~80대 어르신 등 835명의 만학도가 공부하고 있다.
박 씨는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하는 과거의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더 넓은 식견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며 “학생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눈높이 교육을 통해 많은 배움과 동기부여를 해줄 수 있는 참된 스승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송영규 기자 sk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