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쿠팡 상장 묘수 된 컨피덴셜 IPO…기업들 관심 ‘쑥’

재무·연봉 등 불필요한 정보 누출 차단


쿠팡의 모기업인 쿠팡 아이앤씨(Coupang Inc.)가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 과정에서 비공개 제도인 ‘콘피덴셜 S-1’을 활용하면서 해외 상장을 준비하는 국내 기업들도 관련 제도를 주목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각종 정보 누출이나 잡음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인데 미국 당국이 상장 활성화를 위해 전면 도입한 지 3년 만에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12월 20일 증권거래위원회에 투자 설명서 등 상장 관련 초안 서류를 제출했고 1월 15일 등록 서류를 냈지만 최종 당국의 승인을 받은 투자 설명서를 공시한 것은 지난 2월 12일이었다. 그 과정에서 쿠팡의 투자 설명서는 보완을 거쳤고 지난달 일부 국내외 언론을 통해 상장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쿠팡은 이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거부했다.


미 증권 당국은 기업들의 상장 활성화를 위해 2012년 비공개 상장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뉴욕 증시의 상장 거래량은 홍콩보다 떨어질 정도로 침체돼 있었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매출 10억 달러(약 1조 원) 이하의 스타트업만 대상으로 했지만 기업들의 좋은 호응을 얻으면서 2017년에는 매출 제한을 없앴다. 다만 비공개 기간에 투자자에 대한 정보가 막힌다는 비판에 따라 2019년에는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공시 전에 비공개 투자 설명회가 가능하도록 허용했다. 미국 상장을 추진하던 쿠팡 입장에서 절묘한 호기를 만난 셈이다.


스타트업에서 출발한 신산업 관련 기업에서 이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상장을 결정하고 거래소 등 당국과 관련 논의를 이어가는 동안 재무제표나 임금 수준, 영업 기밀 등을 공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특히 정보기술(IT) 관련 업종에서는 프로그램 엔지니어 등 전문 인력을 구하는 것이 관건인데 임금이나 스톡옵션 등은 민감한 정보에 속한다. 비공개 기간은 기업이 정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따라 가장 최적의 시점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상장을 철회하더라도 공식적으로는 상장을 추진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어서 타격을 줄일 수 있다. 다만 개인 투자자의 관심은 포기해야 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미국 전체 기업의 85%가량이 이 제도를 활용한다고 추산하고 있다. 국내도 1조 원 이상 규모로 급성장한 유니콘 기업 중 다수가 해외 벤처캐피털(VC) 등에서 투자를 받으면서 관심이 늘었다. 이들은 코스닥 시장 등 국내보다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해외 상장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해외 증시 상황이 좋고 쿠팡이나 아자르 등 해외에서 기업 가치를 높이 평가받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관련 문의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임세원 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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