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해외 큰 손의 韓유니콘 독식, 이젠 사라지나

사모펀드 규제 합리화案 국회 상임위 소위 통과
기관투자자·일반투자자 전용 사모펀드로 개편
PEF 대상 10%룰·대출제한 규제 등도 철폐


국내 모험자본인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의 질적 도약을 위한 토대가 마련됐다. 라임·옵티머스자산운용 등 ‘사모의 공모화’를 통해 문제를 일으켰던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와의 구분을 골자로 한 규제 합리화 방안이 국회 소관 상임위 문턱을 넘으면서다. 동시에 ‘10%룰’이나 대출 제한 등 PEF의 발목을 잡던 규제가 철폐되면서 해외 투자자가 독식했던 유니콘(기업 가치 1조 원 이상의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투자의 길도 열렸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23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오는 25일 정무위 전체회의를 거쳐 26일 본회의에 상정·의결될 예정이다.


이번 개정안의 골자는 기관투자가 전용과 일반 투자자가 투자할 수 있는 사모펀드의 구분이다.


우선 모험자본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기관투자가 전용 사모펀드를 옥죄는 규제는 철폐했다. 그동안 국내 PEF는 투자를 할 때 의무적으로 의결권 있는 주식 10% 이상을 취득하거나 이사회 의석을 무조건 확보해야 했다. 안정적 성장세에 접어든 유니콘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사실상 막혀 있었던 셈이다. 해외 투자자와의 역차별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 기업공개(IPO)를 계획하고 있는 크래프톤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중국계 PEF인 힐하우스캐피탈은 1,200억 원을 들여 크래프톤의 주식 22만 주가량을 사들였다. 힐하우스가 보유한 지분은 2.7%가량이다. 규모가 영세한 국내 벤처캐피털(VC)과 규제에 묶인 PEF에 크래프톤 추가 투자는 그림의 떡이었다. 크래프톤뿐이 아니다. 국내 주요 유니콘의 주요 주주는 미국 세쿼이아캐피탈이나 중국 힐하우스 등 해외 재무적투자자가 독식하고 있다. 이번 법안 개정으로 대규모 자금을 쌓아놓은 PEF가 유니콘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셈이다.


PEF의 양적 성장의 토대도 마련됐다. 49인 이하 출자자 청약 권유 제한이 100인 이하로 늘어난다. 출자자 모집 제한 규제 철폐는 자연스레 PEF가 조성하는 블라인드펀드의 규모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막혀 있던 기업 대출도 가능해지면서 해외 PEF가 운용하고 있는 사모신용펀드(크레디트펀드) 등의 온전한 운용이 가능해졌다. 현재 국내 PEF 중에는 IMM프라이빗에쿼티(PE)가 사모신용펀드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반면 일반 투자자가 투자할 수 있는 사모펀드의 규제는 공모펀드에 준할 만큼 크게 강화된다. 규제 체계 바깥에 있던 탓에 발생했던 라임·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 등의 재발을 막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위해 펀드 판매사인 은행·증권사에 사모펀드 운용사의 부실 여부를 확인할 의무를 부여했다. 사모펀드 운용사는 석 달마다 투자자에게 자산 운용 보고서를 제공하고 자산 500억 원 초과 펀드는 공모펀드와 같이 매년 회계 법인의 회계 감사를 받아야 한다. 또 문제가 있는 운용사를 금융 당국이 즉시 퇴출시킬 수 있는 근거 규정도 만들어졌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개정안 통과로 투자자 보호는 강화하면서도 혁신 기업에 대한 투자, 기업 구조 조정, 인수합병(M&A) 등 건전한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사모펀드의 순기능은 원활히 작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ksh25th@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