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법안 거부 안하면 직무유기'…반기 든 관가

'신공항 법률 검토' 마친 국토부
부산시案 공사비 증액 누락
사업예산 당초 7.5조 넘어
28조6,000억으로 늘어나
"지적 않으면 檢수사 받을라"
'월성원전 트라우마'도 영향





국토교통부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정치권에서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밀어붙이고 있는 가덕도신공항 건설 추진에 대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특히 국토부는 이례적으로 ‘절차상 하자가 있는 직무 수행을 거부하지 않을 경우 직무 유기에 해당한다’는 법률 검토까지 내놓으며 반대 입장의 근거로 삼았다. 절차를 무시한 채 강행돼 결국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로 이어진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 사태를 겪은 공직 사회가 특별법을 통과시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강행하려는 정치권에 ‘반기’를 든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레임덕이 관료 사회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토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가덕도신공항 관련 보고서를 이달 초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제출했다. 국토부는 보고서에서 가덕도신공항 사업비로 당초 부산시가 주장하는 7조 5,000억 원보다 최대 4배가량 많은 28조 6,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부산시 안은 국제선만 개항하고 국내선은 김해공항을 이용하는 방안으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국토부의 주장이다. 국토부는 “부산시 안은 여객 증가에 따른 공사비 증액분을 누락했고 단가 오류와 과소 건설 등 문제점이 있다”며 “부산시 안을 따르더라도 5조 원 이상 많은 12조 8,000억 원이 들며 군 시설을 포함해 국제·국내선 활주로를 2개 건설할 경우 사업비는 28조 6,000억 원까지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또 국토부는 “국제선만 도심 외곽으로 이전했던 도쿄·몬트리올 등의 공항이 운영 실패로 결국 통합 운영으로 전환됐다”며 “환승 체계가 열악하면 관문 공항으로서 위상이 저하된다”고도 지적했다. 시공성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반이나 구조물 기초 지반의 지점 간 침하량이 다르게 발생하는 부등침하 현상이 나타날 경우 운영 중단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하며 부산시가 제시한 공용 개시 후 50년간 총 35㎝ 침하는 1996년 자료에 따른 추정치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적시했다.


특히 국토부는 지난달 한 법무법인을 통해 받은 법률 검토 결과를 보고서에 첨부했다. 해당 검토 결과에는 ‘국토부가 당초 원안인 김해신공항을 적극 추진해온 입장에서 법률상 문제점이 있는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에 찬동하는 취지의 발언을 할 경우 직무상 의무를 해태한 것으로 판단될 위험이 있다’고 적혀 있다. 가덕도신공항 추진에 절차상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고도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에 반대하지 않는 것은 공무원의 ‘직무 유기’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월성 원전 감사·수사에서도 원전 조기 폐쇄를 위한 정당한 근거 미흡(경제성 미흡 또는 조작)을 중요한 문제점으로 고려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적법한 사업 추진 절차를 따르지 않은 것은 국가공무원법 제56조인 성실 의무 위반이라고 밝혔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토부 보고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그만큼 가덕도신공항이 무리한 상황에서 강행되는 만큼 주무 부처로서 강하게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조양준 기자 mryesandno@sedaily.com,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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