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동안 전국에서 신고가 거래로 신고됐다가 ‘계약 해제’된 경우가 3,70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중 실제 계약 의사 없이 집값을 띄울 목적으로 이른바 ‘자전거래’를 한 사례가 상당히 포함됐을 것으로 보고 실거래 기획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 같은 사실은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자료에서 드러났다.
<'신고가 계약해제' 1년간 3,700건…한 명이 5회 거래에 관여>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나타난 자전거래 의심 사례는 상당한 수준이다. 지난해 2월 계약해제 신고 의무화가 시행된 이후 1년 간 전국 해제신고건은 총 3만9,000건(총 매매거래 79만8,000건 대비 4.9%)이다. 실거래 신고 후 매수인 변경이나 신고내용을 잘못 적어 계약 해제 등록한 후 재신고한 경우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계약 취소로 인한 해제 건수는 2만2,000건으로 전체의 56.6%에 달한다.
정부는 이중 지금까지 거래 가격을 뛰어넘는 ‘신고가’ 신고 후 계약을 해제한 사례는 의도적인 자전거래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신고가 계약 해제는 전체의 3,742건으로, 순수 계약해제 건 중 16.9%를 차지했다. 특히 이 같은 신고가 계약 해제 사례는 서울(470건·36.9%), 경기(1,186건, 19.3%), 인천(215건, 17.8%), 5대 광역시(1,096건, 16.5%) 등 거래가 많고 투자 수요가 집중된 곳에서 주로 발생했다는 점에서 의도적인 교란 행위가 포함됐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부는 이달 1일부터 실거래가 신고 시스템에서 계약해제 사례를 공개하도록 개선했는데, 그러자 수도권의 경우 매달 15~40% 수준으로 나타나던 신고가 계약해제 사례가 2월에는 ‘0건’으로 자취를 감췄다.
정부는 특히 신고가 계약 해제 사례를 분석한 결과 특정인이 다수의 거래건에 반복해 참여했거나, 특정 단지에서 해제신고가 집중된 사례를 포착하기도 했다. 한 사람이 A주택을 신고가 매도 계약한 후 해제하고, 이후 B주택을 신고가로 매수 계약했다가 취소하는 식의 사례가 발견됐다. 이 같은 특정인이 다수의 계약해제 거래에 관여한 사례는 전국에서 952건으로 파악됐다. 이중에는 무려 최대 5회(36건)까지 계약해제 거래에 참여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 관계자는 “신고가 신고 후 해제됐다고 해서 집값 자극을 목적으로 한 시장교란행위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이와 같은 특정인 다수거래건 등에 대해서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 총력 대응 예고…또 시장 옥죄기 되나>
시장에서도 질서 유지를 위해 이 같은 자전거래는 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결국 실수요자만 피해를 입게 되기 때문이다. 정부도 총력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 전문가는 “갑작스런 규제 발표 등으로 대출 등이 막히면서 거래가 취소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배액배상 책임을 져야 하는 계약취소가 이렇게 많이 발생한다는 것은 자전거래 시도를 감안하지 않고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토부 부동산거래분석반을 통해 이달부터 5월까지 3개월간 집중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서울·세종·부산·울산 등 신고가 거래 해제 사례가 다수 발생한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을 중심으로 자전거래 의심 사례를 선별해 ‘핀셋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조사를 통해 계약서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계약금 지급 및 계약 해제에 따른 배액배상이 이뤄졌는지 등을 확인해 허위 실거래 신고 여부를 파악할 방침이다. 자금조달 과정에서의 탈세, 대출규정 위반 여부도 병행해 조사한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조사가 또 다른 시장 옥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예로 현 시점에 이같은 기획조사가 시작된 것을 두고 당정이 설립 논의 중인 ‘부동산거래분석원’의 당위성을 얻기 위한 사전조치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대응반은 오는 3~4월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으로 확대 개편된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