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A 초등학교는 교내 도서관 이용을 장려하고 있지만 오히려 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은 매년 조금씩 줄고 있다. 스마트폰에 빠져 사는 아이들이 기존의 활자 매체를 점차 등한시하는 탓이다. 학생들이 책에 관심을 갖고 바르게 읽는 습관을 갖도록 지도하는 정규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하지만 이를 실행할 전문 인력인 사서 교사가 없다.
‘사서 교사 없는 학교 도서관’ 문제는 A 초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전국 초중고의 학교 도서관 1만 1,745곳에 배치된 사서 교사(임용직·계약직 등 포함)는 2,131명에 불과하다. 학교 도서관 1곳당 평균 사서 교사는 0.18명. 쉽게 말해 학교 도서관 10곳중 약 8곳은 사서 교사가 없다는 뜻이다. 한 해 전국 학교 도서관에 배정되는 예산이 총 1,500억 원 선(2020년 기준)에 근접할 정도로 정부가 투자를 늘렸지만 정작 일선 교장들은 학교 평가 점수를 잘 받기 위한 보여주기식 시설 투자나 장서 확대에 집중할 뿐 전문 인력 확충에는 소홀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도서관진흥법 및 시행령을 2018년 개정해 학교당 ‘사서 교사, 실기 교사나 사서’를 1명 이상씩 두도록 의무화했다. 교육부는 2019년 발표한 ‘제3차 학교도서관진흥기본계획’에서 오는 2030년까지 사서 교사를 학교 도서관 대비 약 50%까지 충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정원 확충은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공립학교 사서 교사 법정 정원(임용직 기준)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4년간 약 102% 증원(555명→1,158명)됐지만 1만 1,000여 곳에 달하는 학교 도서관에 비하면 여전히 크게 부족하다.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부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사서 교사 법정 정원을 연간 400명씩은 늘려야 하는데 100~200명 수준의 증원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용직 법정 정원 한도가 충분하지 않자 일선 학교들은 기간제 등의 방식으로라도 사서 교사를 충원하려고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중부권의 한 공립학교 관계자는 “임용직이든 기간제든 사서 교사를 구하려고 해도 자격증을 가진 인력 풀(pool) 자체가 부족하다”며 “우리 학교는 대안으로 (교사 자격이 아니라 사서 자격증만 지닌) 일반 사서 직원을 두고 있는데 그마저도 여건이 안 되는 학교들은 사서 자격이 없는 분들에게 도서관 관리를 맡기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기준 전국 학교 도서관 가운데 사서 자격증 미보유자를 직원으로 둔 곳은 약 13%인 1,523곳에 달했다. 사서 교사가 아닌 일반 사서 직원만 둔 곳도 약 38%(4,449곳)에 이른다.
초·중등교육법상 사서 교사 자격은 일반·사범·산업대학에서 문헌정보학이나 도서관학을 전공하고 교직 과정을 마친 졸업자, 대학원 교육과에서 사서 교육과정을 전공한 석사, 일정한 사서 교사 양성 강습을 받은 준교사 이상 자격자 등에게 주어진다. 따라서 사서 교사 구인난을 해소하려면 이 같은 대학·대학원의 전공 과정이나 교직 과정 정원을 늘려야 한다.
교육부도 문제점을 잘 알고 있지만 당장 해소하기 어려운 딜레마에 빠져 있다. 우선 학령인구 절벽 문제로 교사 수요가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교육계는 사서 교사 양성 확충이 시급한 전남·경북·대구·충남 등이라도 우선적으로 전문 인력 양성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해당 지역의 주요 대학 및 대학원은 최근 교원 양성 기관 역량 진단 결과에서 무더기로 C~D등급을 받고 정원을 30%이상 감축하게 됐다. 노동자 간 갈등(노노 갈등) 문제가 잠재돼 있다는 점도 딜레마다. 일선 학교에 사서 교사 배치를 강행하면 기존에 대안으로 고용됐던 사서 직원이나 실기 교사 등이 실직할 위험이 있다.
교육계는 정부가 방침대로 고교학점제를 도입하려면 다양한 학습·진로 지도를 해줄 교사를 대폭 늘리고 이에 맞춰 사서 교사 임용 정원 및 관련 인력 양성 과정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국회가 학교도서관법을 재개정해 학교당 사서 교사 1명 이상을 배치하는 동시에 이들을 보조할 사서 직원이나 실기 교사 등을 함께 배치하도록 의무화하면 사서 교사와 사서 직원 간 일자리 경쟁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민병권 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