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려면 지금 해야한다" 학폭 미투 확산

심판 사례 보고 폭로 용기 얻어
가해자 과거 반성 계기 분석 속
이슈 편승 가짜 증언 우려 나와
진짜 피해 묻힐 가능성 경계 필요


# 직장인 A(24) 씨는 학창 시절 자신이 당한 학교 폭력 피해를 폭로할지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 A 씨는 10여 년 전 현재 연예인으로 활동하는 B 씨에게 길을 지나가다 욕설을 들으며 돈을 빼앗긴 기억이 여전히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같은 학교를 다니고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면서 등하굣길뿐 아니라 집을 오갈 때도 항상 B 씨가 근처에 있나 확인하고 다닐 정도로 그 일 자체가 상처로 남았다. 길을 가다 B 씨의노래만 들어도 당시 기억이 계속 떠오르던 A 씨는 학폭 미투 물결에 용기를 얻어 미투를 준비하고 있다.


# 대구에 거주하는 C 씨도 학창 시절 현재 활동 중인 아이돌 그룹 멤버에게 당한 학폭 피해를 폭로하기 위해 증거 수집에 나섰다. 한 커뮤니티에 ‘저도 아이돌 학폭 까발려야겠어요’라는 게시글을 올린 C 씨는 ‘보복이 무서워서 여태까지 아무것도 못했지만 오늘 (학폭) 터진 것 보고 용기를 낸다. 증거가 온전히 남아 있을지 모르겠지만 반드시 모아오겠다’고 밝혔다.


스포츠·연예계의 학폭 사건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학창 시절 당한 학폭을 지금이라도 폭로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지금이 아니면 피해를 털어놓을 수 없다’며 학폭 폭로가 이어져 예전의 미투 운동처럼 하나의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악의적인 허위 폭로의 가능성이 높아져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과 추가 학폭 발생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동시에 나온다.


학폭 폭로가 또 다른 폭로로 이어지며 ‘학폭 미투’라는 큰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실제 의혹을 일부 가해자들이 인정하며 피해자가 폭로를 할 용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가해자들이 법적 처벌은 아니어도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당하고 사회적 비난을 받는 사례가 이어지며 마음속에만 묵혀뒀던 피해 사실을 꺼내놓는 것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학폭 피해를 밝히는 것은 떠올리기 싫은 트라우마를 다시 생각하는 것으로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며 “폭로를 통해 본인의 심리와 상처가 정화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학폭 미투 분위기가 형성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악의를 가진 허위 폭로가 나올 가능성이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오래된 일을 바탕으로 진실 공방이 벌어지는 탓에 검증되지 않은 폭로가 나올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이유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이슈에 편승해 거짓 폭로가 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폭로가 나오자마자 여론 재판으로 가면 그 자체로도 위험하지만 진짜 피해자들의 증언이 묻힐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학폭 미투의 흐름 자체는 추가적인 학폭 피해를 막을 수 있고 사회적으로도 공정 사회로 갈 수 있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분석도 나온다. 임 교수는 “단순히 가해자들에 대한 질투나 시기가 아니라 사회가 공정해졌으면 하는 세대적인 요청이 커지고 있다”며 “학폭 미투 흐름으로 공정 사회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것을 알게 되면 잠재적인 가해자들도 자신의 행위를 돌아보고 반성하거나 경각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강조했다.


/심기문 기자 do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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