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반발한다고 한미훈련 연기한다는 게 정상인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최근 유엔인권이사회 기조연설에서 북한 인권 결의안 지지를 촉구했지만 우리 정부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있다. 해마다 미국·유럽연합(EU) 등 자유 진영 국가들이 인권 결의안 공동 제안에 나섰지만 우리 정부는 2019년과 2020년 연속 불참했다. 문재인 정부는 올해 결의안에도 동참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정작 북한 동포의 인권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있다.


한술 더 떠 범여권 의원들은 다음 달로 예정된 한미 연합군사훈련 연기를 촉구했다. 윤미향·김남국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등 35명은 25일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까지 직접 나서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며 “한미연합훈련은 북측의 강경 대응을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국군의 주적이 반대한다고 방어 훈련을 하지 말자고 하니 대한민국 의원이 맞는지 묻고 싶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말해 잘못된 인식을 드러냈다. 그러잖아도 키리졸브연습과 을지프리덤가디언 등 3대 연합훈련이 사실상 폐지됐고 이번에는 시뮬레이션을 통한 지휘소 연습만 예정됐는데도 연기하라며 압박하는 것이다.


한미 연합훈련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등을 견제할 수 있는 실질적 대책이다. 예비역 장성 모임인 성우회는 “한미 동맹은 강력한 군사동맹체로 핵우산 제공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며 실전 훈련 정상화를 촉구했다. 현 정권의 연합훈련 연기 시도는 대북 이벤트를 성사시켜 지지율을 관리하고 정권 연장을 시도하려는 불순한 의도에서 나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안보를 국내 정치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것은 크나큰 죄악이다. 온갖 궤변으로 연합훈련을 무력화하려는 행태를 당장 멈추고 북한의 도발을 원천 봉쇄할 수 있도록 철통 같은 안보 태세를 갖춰야 한다. 또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를 위한 유엔 인권 결의안에도 즉각 동참해야 할 것이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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