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유력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승인으로 이뤄졌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27일(현지 시간) CNN 등에 따르면 전날 미 국가정보국(DNI)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터키 이스탄불에서 사우디 언론인 캬슈끄지를 체포하거나 살해하는 작전을 승인한 것으로 평가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평가는 왕세자가 카슈끄지를 포함한 해외 반체제 인사들을 침묵시키기 위해 폭력적인 수단을 동원한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를 이유로 카슈끄지 암살 사건 등을 포함해 해외 반체제 인사들을 위협한 것으로 추정되는 76명의 사우디 시민권자에 대한 비자 제한을 시행했다.
하지만 사우디의 실권자이자 암살을 승인했다는 평가를 받은 왕세자는 제재 대상에서 제외돼 논란이 일고 있다. CNN은 행정부 관료를 인용해 왕세자를 제재하는 것은 너무 복잡하고 사우디 내 미군의 군사적 이익에 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고려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가 실권자인데다 사우디가 중동의 동맹이라는 현실과 타협했다는 것이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행보와도 어긋난다. 지난 2019년 11월 당시 바이든 후보는 “카슈끄지는 살해됐고 (시신은) 훼손됐는데 나는 왕세자의 명령이 있었다고 믿는다”며 “그들에게 더 이상 무기를 팔지 않고 대가를 치르게 하며 버림받은 사람(pariah)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인권 단체는 물론 일부 민주당 의원들도 바이든 대통령에게 왕세자 제재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비판을 우려한 듯 바이든 대통령은 왕세자에 대한 제재도 있을 것이냐는 질문에 29일 사우디와의 관계에 대해 발표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다만 CNBC는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29일 발표는 새로운 내용이 아니라 국무부가 취한 조치에 대한 추가 세부 사항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