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의 외주화. 원청이 아닌 하청 근로자가 산업재해를 빈번히 당한다. 왜 위험은 외주화되나.
기업이 정규직을 뽑지 않으려 한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정규직 근로계약을 맺으면 온갖 족쇄가 생기기 때문이다. 호봉제를 흔들 수 없으니 성과에 따른 보상을 못 한다. 근로계약 기간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해고할 수 없다. 강성 노조가 장악한 일부 제조업 사업장에서는 근무지 전환조차도 노조의 동의 없이 할 수 없도록 단체협약에 명시돼 있다. 일할 사람은 필요한데 정규직으로 뽑을 수 없으니 자사의 공장에서 일할 하청 기업을 만든다.
비극은 여기서 시작된다. 원청은 하청 근로자에게 지시할 수 없다. 하청 근로자에 대한 업무 지시 권한은 원청회사가 아닌 하청회사 사장이 쥐고 있다. 하청회사 사장을 건너뛰고 원청 사장이 직접 지시하면 불법이다. 업무를 직접 지시했다는 이유로 ‘불법 파견’ 판결을 받아 하청 근로자를 직고용하는 사례가 우후죽순 발생하자 원청은 현장에 ‘하청 근로자에게 직접 지시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지 오래다.
산업재해를 막기 위한 안전 지시도 예외일 수 없다. ‘안전모를 똑바로 쓰라’거나 ‘사다리 작업은 2인 1조로 하라’거나 하는 시시콜콜한 잔소리는 산재를 막기 위해 필요하지만 원청으로서는 꺼낼 수 없는 말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은 보호구 착용 등 하청 근로자의 작업 행동에 대한 직접적인 지시를 원청 기업이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동 문제는 여러 가닥의 실들이 얽힌 매듭 같다. 채용, 계약 형태, 임금, 성과 평가, 해고의 구조가 각각에 모두 영향을 미친다. 산재도 마찬가지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원인인 ‘노동 경직성’을 총체적으로 손보지 않고서는 ‘위험의 외주화’도 막을 수 없다.
국회의원 역시 산재를 줄이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노동법을 개정해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원들이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불러 회장의 인성이 잘못됐느니, 신사참배를 했느니 하며 면박만 줬다. 답답한 일이다.
/세종=변재현 기자 humble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