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홀에서 우승 퍼트를 홀에 넣은 넬리 코르다(23·미국)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하루 종일 샷이 잘 되지 않아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긴장감은 이날의 특별했던 우승의 기쁨을 증폭시켰을 것이다.
여자골프 세계 랭킹 4위인 코르다가 게인브리지 LPGA(총상금 200만 달러) 우승을 차지하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승수를 4승으로 늘렸다. 그는 1일(한국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레이크 노나 골프장(파72)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3개로 3언더파 69타를 쳐 최종 합계 16언더파 272타로 정상에 올랐다. 2위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3언더파)를 3타 차로 제친 코르다는 우승 상금 30만 달러(약 3억 3,700만 원)를 받았다.
이번 우승의 의미는 각별했다. 4승의 코르다가 미국 땅에서 가족이 지켜본 가운데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것은 처음이다. 앞서 그는 지난 2018년과 2019년 스윙잉 스커츠(대만), 2019년 호주 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
자매의 개막 2연승 기록도 작성했다. 직전 대회였던 지난달 시즌 개막전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는 언니 제시카 코르다(28)가 우승을 수확했다. 자매 연속 대회 우승은 2000년 3월 안니카-샬로타 소렌스탐(이상 스웨덴) 이후 21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다. LPGA 투어의 또 다른 챔피언 자매로는 모리야-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이 있다. 지난달 넬리의 축하를 받았던 제시카가 이날에는 18번 홀 그린으로 달려가 동생에게 축하 샴페인을 뿌려주며 기쁨을 나눴다. 넬리는 우승 후 “지난 대회에서 언니가 우승한 것은 큰 동기부여가 됐다. 언니가 이겼으니 나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코르다 가족은 스포츠 패밀리로도 유명하다. 아버지 페트르 코르다는 1998년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 단식에서 우승했고 어머니 레지나는 1988 서울 올림픽에 체코 테니스 대표로 출전했다. 코르다 자매의 남동생인 서배스천(21) 역시 2018년 호주오픈 주니어 남자 단식 우승을 차지한 테니스 기대주다.
이날 1타 차 선두로 출발한 코르다는 6번 홀까지 버디 3개를 잡으며 순항했지만 이후 타수를 줄이지 못해 마음을 졸여야 했다. 3타 차 선두였던 15번 홀(파5)에서 세 번째 샷이 그린에 올라갔다가 경사를 타고 내려온 위기 상황을 파로 막아낸 것이 사실상 우승을 예약한 장면이었다. 지난해 하반기 허리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던 그는 “최근 6~7개월 동안 힘들어도 열심히 노력한 결실을 보게 돼 기분이 매우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세계 랭킹 1위 고진영(26)은 11언더파로 단독 4위를 차지했다. 전날 3타 차 공동 3위에 올라 통산 8승 기대를 부풀렸던 고진영은 이날 버디 4개를 잡았지만 보기 3개를 곁들였다. 역전 우승에는 못 미쳤지만 이번 시즌 첫 출전 대회를 상위권 성적으로 마무리한 고진영은 지난해 12월부터 US 여자오픈 준우승과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우승 등 최근 4개 대회 연속 톱5 입상의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전인지(27)는 8언더파 공동 8위로 올해 2개 대회 모두 톱10에 오르며 부활을 재확인했다. 최운정(31)과 신지은(29)도 공동 8위를 차지했고 3라운드까지 63위에 처져 있던 세계 2위 김세영(28)은 6타를 줄여 최종 4언더파 공동 24위로 순위를 끌어 올렸다.
통산 72승을 거두고 2008년 은퇴한 안니카 소렌스탐(51)은 최하위인 74위(13오버파)로 마감했다. 13년 만에 선수로 출전해 컷을 통과한 후 4라운드까지 완주한 소렌스탐은 “여기에 있어서 감사하고 꽤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나는 가족, 그리고 내가 하는 일과 함께 좋은 삶을 살고 있다. 이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골프연맹(IGF) 회장이기도 한 그는 오는 8월 US 시니어 여자오픈에 출전할 예정이다.
/박민영 기자 m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