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계열-스타트업 연결...시너지 내겠다"

■전영민 롯데액셀러레이터 대표 인터뷰
이달 중 모빌리티 전용 펀드 출시
전체 투자액도 2,000억으로 확대
ESG스타트업은 무조건 투자할 것


전영민(사진) 롯데액셀러레이터 대표이사는 달변이다.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입에 모터 단 듯’ 롯데액셀러레이터의 강점과 투자 원칙, 방향을 풀어놨다. 전 대표는 “롯데액셀러레이터는 대기업인 롯데그룹이 혁신의 최정점인 스타트업과 닿는 최전방 초소”라며 “스타트업을 롯데의 비즈니스와 연결하는 전문 ‘뚜쟁이’가 되겠다”고 말했다. 롯데액셀러레이터는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하고 그룹 비즈니스와 연계하는 벤처캐피탈(VC)이자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2015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벤처캐피탈 Y콤비네이터 모델을 언급하며 “우리도 해보면 어떻겠냐”고 화두를 던졌고, 이듬해 출범했다.


전 대표는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 변화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가속화 추세에 발맞춰 투자 포트폴리오도 강약을 조절할 계획이다. 그는 “올해부터 친환경과 모빌리티, 스마트 시티, 헬스케어, 농업기술 관련 스타트업 투자 비중을 높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롯데액셀러레이터는 3월 중 모빌리티 전용 펀드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이 외에 건축과 시설물 관리, 효율적 에너지 관리에 초점을 맞춘 스마트 시티 전용 펀드도 연내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 1,200억원 규모인 전체 투자 조성액은 연말 2,000억원으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롯데액셀러레이터는 지난 2016년 출범 이후 150개 스타트업에 525억원을 투자했다. 자본금 250억원 중 50억원은 신 회장이 사재 출연했다. 전 대표는 “특히 ESG 관련 스타트업은 이유와 국적을 불문하고 투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강조한 롯데액셀러레이터의 강점은 유통·건설·화학 등 85개 그룹 계열사와 촘촘히 연결돼 있는 협업 네트워크다. 전 대표는 “롯데액셀러레이터는 사업 초기 자금을 지원하고 법률·재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일반 벤처캐피탈과 유사하지만, 수십 개의 계열사 인프라가 있다는 점이 크게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통 인프라는 물론이고 연구개발(R&D)와 생산, 마케팅 관련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면서 “그룹 내 관련 분야 인재들과 스타트업을 연결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액셀러레이터는 사업 계열사 중 유일하게 특정 사업부문(BU)에 소속돼 있지 않다. 신 회장 직속이다.




전 대표는 ‘사람’을 잘 알지만 스타트업 업계에는 지난해 8월 처음 발을 들인 초보다. 롯데액셀러레이터 대표로 오고서 업계 사람들을 처음 만나는 자리에 정장 차림으로 나갔다가 ‘격에 맞지 않는다’며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가 본 국내 스타트업 업계는 무한 성장성을 가지고 있다. 전 대표는 “스타트업에 한국보다 더 많이 투자하는 나라는 미국, 이스라엘, 중국 정도”라며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테헤란밸리나 판교밸리가 실리콘밸리보다 더 강력한 에너지가 넘치는 곳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국내 벤처투자 규모는 4조2,777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0.22%를 차지했다. 이는 미국(0.4%), 이스라엘(0.38%), 중국(0.27%) 다음이다.


지난 8월 선임된 전 대표는 정통 인사 출신이다. 직전까지 롯데인재개발원장을 지냈고, 이전에는 줄곧 그룹(옛 롯데 정책본부)에서 계열사 인사 업무를 했다. 그는 “인사 업무를 오래 했기 때문에 그룹 내에서 누가 무슨 일을 하고 있고 어떤 비즈니스가 필요한지 잘 안다”면서 “계열사는 물론 계열사의 누구, 어떤 부서가 스타트업과 시너지를 잘 낼 수 있는지 가장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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