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 중 가장 연봉 높은 사람이 밥을 사기로 했는데 토스에 합격한 친구가 쏘게 됐어요.”
지난달 2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졸업식에서 만난 한 경영학과 졸업생의 말이다. 졸업을 맞아 학교 곳곳에 매달려 있는 취업 축하 플래카드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이 주류였던 과거와 달리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정보기술(IT) 기업의 이름이 더 흔하게 보였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잇따른 연봉 인상으로 ‘연봉 지형도’가 달라지자 취업 준비생들의 선호도도 변하고 있다.
취준생의 ICT 기업 선호 현상은 대학 입시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투스의 2021학년도 대입 정시 배치표 최상위에는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와 전기정보공학부가 자리 잡았다. 지난 2015년 화학생물공학부·기계항공공학부 등이 차지하던 자리를 컴퓨터공학과 전기정보공학이 차지한 것이다. 현재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입시 점수는 지방 국립대 의대보다도 높다.
취준생들이 ICT 산업 취업을 선호하면서 전통적으로 인기가 높았던 제조·금융·유통업도 우수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조·금융·유통 업계도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ICT와의 융합을 통한 신성장 동력 발굴이 절실해 관련 인력 모집에 나서고 있지만 만만찮은 상황이다. 특히 제조업은 공장 등 제조 시설과 연구개발(R&D)을 위한 비용 지출이 커 이렇다 할 설비 투자가 필요 없는 ICT 기업보다 인건비를 확대하기가 쉽지 않다.
새로운 것을 선호하는 ‘MZ세대’의 특성 또한 전통적인 산업군의 인력 확보를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2010년대 초 현대차에 입사했지만 현재는 한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최모(35) 씨는 “취업 당시 2000년대 이후 현대차에 입사한 일이 과에서 처음이라 교수님까지 축하해주셨다”면서 “하지만 요즘 학교를 졸업한 후배들은 현대차 입사보다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ICT 기업과 고연봉을 보장하는 스타트업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ICT 업계의 급속한 연봉 상승이 전체 산업군의 인력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ICT 기업에 우수 인재가 몰리며 산업 간 ‘인재의 부익부 빈익빈’이 커질 수 있다”며 “ICT 인력 수요에 맞게 대학의 전공별 인원도 유연하게 늘려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 스탠퍼드대는 컴퓨터공학과가 학부생 절반에 달하지만 서울대는 50명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윤민혁 기자 beherenow@sedaily.com, 정혜진 기자 made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