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술로 만든 한국형전투기(KF-X)의 시험제작기체(시제기) 1호기가 실제 모습을 드러내면서 ‘전투기 국산화’라는 군의 목표가 점차 현실화 되고 있다.
KF-X 사업은 그 동안 수입에 의존하던 중형급 이상의 전투기를 우리나라가 만든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KF-X 사업은 우리가 만든 전투기를 국내 뿐 아니라 해외로 수출해 경제활성화에 기여하고, 우리의 방산기술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방위사업청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카이)은 KF-X 사업 초기부터 수출까지 염두에 두고 전투기를 만들었다. 정확히는 ‘공군 전투기의 국산화’와 ‘국산 전투기의 수출’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어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 등 항공 선진국들과의 경쟁도 준비하고 있다.
방사청과 카이는 지난달 24일 경남 사천에 있는 카이에서 시제기 1호기 제작현장을 언론에 공개하며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렸다. 시제기는 다음달 1호기 출고를 시작으로 내년 말까지 5대가 더 만들어진다. 방사청과 카이는 내년에 시험비행을 거친 뒤 2026년까지 사업을 완료하고 공군에 KF-X 120대를 인도할 예정이다.
KF-X의 해외수출을 위한 마케팅 등은 내년부터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한국형전투기 사업기획 단계부터 해외시장성에 대한 검토를 했었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며 “시험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치게 되면 본격적으로 수출을 위한 마케팅도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형전투기의 1대당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800~1,000억 원 가량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지만 전혀 근거 없는 추측이라는 게 방사청과 카이의 설명이다.
방사청과 카이는 전투기 가격을 어느 정도 책정해놨지만 수출문제 때문에 이를 보안 사안으로 취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카이 관계자는 “전투기 가격을 지금 밝힐 수 없는데 그 이유는 해외시장에서 가격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다른 나라의 경쟁기종 가격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예의주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KF-X의 판매 가격도 정확히 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KF-X의 수출은 우선 동남아 지역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투기 보유 국가들 가운데 기체가 노후화 돼 교체가능성이 있는 나라가 마케팅 대상이고, 인도네시아 등 여러 동남아 국가들이 신형 전투기 구입을 검토하고 있다.
카이 관계자는 “새로운 전투기가 필요한 나라들을 조사하고 수출 가능성 등을 연구해보니 우리 공군에 판매하는 전투기 120대 외에도 300~500대 정도의 시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내년에 시험비행을 마치면 각종 에어쇼를 비롯한 무기 관련 전시회에서 KF-X에 대한 적극적인 마케팅을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KF-X는 충분히 동남아 시장의 문을 두드려볼 만하다. 우리나라는 이미 T-50 고등훈련기를 필리핀과 태국·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에 수출했던 경험이 있고, 그 곳에서 한국 전투기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KF-X 개발에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와 불협화음이 감지되고 있어 수출길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KF-X 사업에는 총 8조8,095억원이 투입되고 이 가운데 인도네시아는 총사업비의 20%에 해당하는 1조7,619억원을 개발 단계별로 분담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가 지난달까지 내야 하는 분담금은 8,316억원이고, 이 가운데 2,272억원만 납부했다.
이와 관련해 방사청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요즘 내부적으로 경제상황이 안 좋은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도 겹쳐 어려운 실정이어서 분담금을 못 내고 있다”면서 “인도네시아는 우리의 방산물자 수출에 있어 최고의 고객이며, 이번 KF-X 사업도 함께 할 수 있도록 분담금 미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제난 때문에 분담금을 못 내고 있다는 인도네시아가 최근 고가의 전투기인 프랑스 라팔과 미국 F-15EX 구매할 수 있다는 외신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가 KF-X 사업에서 손을 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인도네시아가 분담금을 완납하지 못하고 KF-X 사업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으면 이는 우리의 비용부담 증가로 이어지고 2026년 전력화 목표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전투기 개발에 함께 참여한 파트너의 중도하차는 수출을 위한 마케팅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방사청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이미 2,272억원을 납부했는데 중도에 이를 포기하고 KF-X 사업에서 손을 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며 “인도네시아가 KF-X 사업을 계속 함께 하고 싶다는 의사도 표명했다”며 강조했다.
KF-X는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만드는 중형 전투기로 고부가가치 산업 활성화 등의 효과가 기대되는 아이템이다. 인도네시아와 적극 협력하고 또 우리가 목표로 한 해외 시장들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 등을 비롯한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사천=김정욱 기자 myk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