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공포 커지는데…'현금지원 쓰나미'에 재정 방파제 무너진다

[빚내 지원하더니…'증세 청구서']
국가채무 966조 육박…올 1,000조 돌파 불보듯
'관리재정 적자 126조' GDP 대비 비율 역대 최악
국가 신용등급 하락 우려…재정건전화 계획 시급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장관들과 함께 2021년 추가경정예산안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홍남기 경제부총리,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연합뉴스

정부가 올 초부터 15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면서 국가 채무가 966조 원에 육박하게 됐다. 정부가 올해 35조 원의 적자 국채를 추가 발행할 경우 국가 채무는 1,000조 원을 넘게 된다. 10년물 국고채 금리가 지난해와 올해 명목성장률인 2%에 육박하며 인플레이션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멈추지 않는 돈풀기가 재정 방어벽을 허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추경예산안 편성으로 국가 채무는 9조 9,000억 원 증가해 965조 9,000억 원으로 늘어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7.3%에서 48.2%로 급상승한다. 추경 편성으로 부채가 늘어나며 0.5%포인트 올라갔고 GDP 전망치가 2,023조 원에서 2,004조 원으로 하향 조정되면서 0.4%포인트 올라갔다. 분모는 늘고 분자는 줄어들며 높은 재정건전성을 자랑하던 우리나라도 빚이 GDP의 절반인 셈이다.


재정 지표도 악화된다. 올해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89조 6,000억 원 적자를 보게 됐다.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4.5%다.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해 실질적인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26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GDP 대비 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6.3%로 역대 최악 수준이다.


정부가 적자 국채를 발행한 9조 9,000억 원 외에도 특별회계 세계잉여금(2조 6,000억 원), 한국은행 잉여금(8,000억 원), 기금재원(1조 7,000억 원) 등을 추경 재원으로 사용하며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은 다 가져다 썼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상대 기재부 예산총괄심의관은 “특별회계 세계잉여금 중 증권 거래에 따라붙는(0.15%) 농어촌특별세가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으로 지난해 주식거래가 급증하면서 걷은 세금으로 일부 재원을 마련한 셈이다.






문제는 올해 추경 편성이 이것으로 끝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여권은 자영업자 손실보상제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어 다음 달 지방선거 이후 또 한 번 대규모 예산 지출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서 벗어나면 국민 위로 지원금 지급을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현금성 지원을 시사한 것이다. 증시라도 가라앉으면 이제는 적자 국채 외에는 재원 조달 방법이 없다. 예상보다 국가채무비율이 더 빠르게 늘 수 있다. 올해 정부가 35조 원의 빚을 추가로 내면 국가 채무는 1,000조 원을 넘게 된다. GDP 전망치가 2,004조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50%에 육박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국가채무비율이 100%를 웃돈다지만 비기축통화국 채무 비율은 50%를 넘지 않는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해 초 “한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이 오는 2023년 46%까지 증가할 경우 중기적으로 국가 신용등급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이날 “국가채무비율이 20%대에서 30%대, 30%대에서 40%대로 넘어오는 데 7~9년이 걸렸지만 이번 코로나19 위기 대응으로 현재 속도라면 4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데 2~3년밖에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우리의 경우 중장기적으로 성장률 저하 추세, 초저출산 대응, 초고령화 사회 도래, 통일 대비 특수 상황 등으로 재정지출이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전일 미국 국채금리 급등세가 한풀 꺾이기는 했지만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우려 요인이다. 특히 미국과 달리 우리는 명목성장률만큼 올라온 장기 금리는 경기 개선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박기백 한국재정학회장(서울시립대 세무학 교수)은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뒤 국채 금리가 많이 올라간다든지 인플레이션이 심해질 경우 전 국민 지원금은 지급하지 말아야 한다”며 “정부가 재정준칙을 (법제화) 하면서 유심히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성현 인천대 경제학 교수는 “국가 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필요하지도 않은 전 국민 지원금에 지출하기보다는 꼭 필요한 곳에 아껴가면서 써야 한다”며 “재정 건전화 계획도 반드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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