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일 문재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를 통해 일본에 대화와 협력을 강조한 데 대해 “갈팡질팡 외교”라고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문재인 정부는) 위안부 할머니 문제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고 ‘친일 잔재 청산’을 구호처럼 내세우면서 죽창가를 부르던 정권, 걸핏하면 친일파와 토착 왜구 몰이를 하던 정권”이라며 “대일본 강경 태도의 전환 배경이 무엇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 간 관계는 물론이고 개인 간의 관계에서도 진정성은 평소 관계를 전제로 만들어진다”며 “일본의 입장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갈팡질팡 외교 메시지에 외교 기조만 갈피를 못 잡는 현상”이라고 질타했다.
이종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이날 회의에서 “정작 중요한 위안부 문제는 언급하지도 않고 일본을 향해 저자세·유화 메시지를 보낸다고 해서 얼어버린 한일 문제가 풀어지지 않는다”고 가세했다. 또 “과거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를 반추하면 대통령의 말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정제되지 않은 언어로 반일 정서를 선동한 게 사실”이라며 “일본의 수출규제를 비롯해 파기 직전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문제는 물론이고 주일 한국대사는 일본에서 문전박대 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능하고 아마추어적 외교 전략이 대한민국을 신뢰할 수 없는 국가로 전락시킨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외교부는 이날 문 대통령의 기념사를 두고 “정신분열적 대일 외교”라고 비판한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의 주장에 대해 “깊은 실망과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한일 관계의 어려운 상황은 과거사와 다른 협력 분야를 연계한 일본 측의 불응에 기인한다”며 “비난의 초점을 우리 정부에 두는 건 적절하지 않고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앞서 조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갈팡질팡 중심을 잡지 못하는 문재인 정부의 대일 외교에 대해 ‘정신분열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라고 거세게 비판한 바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전날 3·1절 102주년 기념사에서 “과거에 발목 잡혀 있을 수 없다”며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2019년 기념사에서는 “친일 잔재 청산은 너무나 오래 미뤄둔 숙제”라고 강조했고, 2018년에 기념사에서는 “독도는 일본의 한반도 침탈 과정에서 가장 먼저 강점당한 우리 땅”이라고 언급했다.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